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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새 기둥으로 써 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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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권동충(左)씨가 영덕군 심상명 산림경영과장과 함께 희사 의사를 밝힌 소나무를 안아 보고 있다. [영덕군 제공]

 ‘몇 대로 내려오면서 벌채할 때마다 새끼를 비벼 동여 매 지킨 나무입니다. 창수면에서 자란 소나무가 서울 한복판 숭례문의 기둥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는 적송입니다. 꼭 뜻이 이루어지게 해 주십시오.’

영덕군의 권동충(65·창수면 인천리)씨는 최근 군수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불탄 숭례문을 복원하는데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아름드리 소나무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영덕군은 곧바로 문화재청에 권씨의 기증 의사를 전했고 현재 답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권씨가 기증 의사를 밝힌 소나무는 모두 6그루. 이들 소나무는 권씨 집안이 대를 이어 산에 관리해 온 적송으로 아랫부분 둘레가 3m 정도에 높이 10m 이상 되는 곧게 자란 거목이다. 수령은 200∼300년으로 추정된다. 돈으로 따지면 수천만원은 족히 되는 값어치다.

권씨의 산에는 이 정도 규모의 나무가 10여 그루 서 있다. 이들 중 권씨 형제(6남매)의 숫자에 맞춰 재목감이 될 6그루를 다시 선별해 점찍었다고 한다. 다른 형제들도 모두 찬성했다.

“사실은 낙산사 화재를 보고 소나무 기증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복원용 재목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번 숭례문 복원만큼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소나무를 나라 위해 꼭 희사하고 싶습니다.”

권씨는 “영덕 소나무가 서울 한복판 국보1호의 기둥으로 쓰인다면 그 자체가 더없는 영광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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