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Q>SBS "옥이이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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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차표 고무신과 검정고무장화,놋으로 만들어진 제기,함석 양동이,대나무 소쿠리와 죽부인,나무로 만든 빨랫방망이가 진열대에 푸짐하게 쌓여있다.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맨 아낙들이 야채따위를 팔고 있는가하면 뻥튀기 장 수와 풀빵장수가 나란히 앉아 아이들을 부른다.이를 지켜보던 60대의 한 노인,『똑같애.정말 똑같애.예전의 장터 그 모습이야.고것 참…』이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9일 오후 충남아산군송악면 한 마을의 공터.얼핏보면 영낙없는60년대의 마을장터지만 사실은 14일부터 방송될 SBS주말드라마 『옥이이모』(김운경 극본,성준기 연출)의 야외촬영 현장(사진)이었다.이곳이 과거를 재현한 자리임을 암시해 주는 것은 커다란 촬영카메라와 진바지차림의 제작 스태프들,촬영도중 잠깐 휴식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던 선글라스를 낀 연기자들의 모습이었다.『자,들어갑니다.현대물(현대복 차림의 스태프들 혹은 연기자들을 제작진은 이렇게 불렀다)들 다 나와주세요.』PD의 외침에얼굴이 검은 연기자들만이 제각각 자신의 자리를 찾아 멈춰선다.
머리에 고약을 붙인 꼬마등 까까머리 아역배우들의 싸움 장면은 몇차례의 리허설을 거친 뒤 촬영됐으며,솥때우는 남자(송경철扮)가 목욕탕을 다녀오는 경자 (송채환扮)에게 수작을 거는 장면도대여섯차례 연습끝에 촬영을 마쳤다.제작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다름아닌 뻥튀기가 완성되는 장면이었다.뻥튀기 장수(권오현扮)가 기계에 망태를 씌우고 뻥튀기 「터뜨릴」준비를 마치자 연기자들은 물론 스태프들도 긴장한 듯 멀리 물러서서 귀를 막았다.『자,터집니다』소리가 나자마자 폭발음과 함께부풀려진 강냉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니까 촬영도 재미있어요.시청자들도 틀림없이 옛날 생각하면서 볼겁니다.』(성준기PD) 3일후면 시작될 이 드라마가 현대생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과연 어떤 감회를불러일으킬지 더욱 궁금해진다.
[牙山=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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