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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C조사브랜드파워] 강산은 변해도 '37개 지존'은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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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의 K-BPI(Korea BrandPower Index) 조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측정하는 것이다. 1999년 처음 실시한 이후 올해로 10년째다. K-BPI는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랜드 인지도에 70%, 충성도에 30%의 가중치를 둬 1000점 만점으로 산출한다. KMAC 측은 “K-BPI 조사를 통해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의 상대적 경쟁력을 파악하고 체계적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및 인천, 부산, 대구 등 6대 광역시의 만 15세 이상~60세 미만의 남녀 1만1300여 명을 무작위로 뽑아 179개 산업군 브랜드에 대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10년 전 제조업 중심의 79개 산업군에 대한 조사에 비해 올해는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와 3세대 영상통화, IPTV, 인터넷전화 같은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 또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종합보험과 펀드운용 등 금융서비스와 하이퍼마켓, 시푸드 레스토랑 같은 유통서비스 부문을 추가했다.

올해로 10년째인 K-BPI 조사 결과 가장 큰 특징은 해당 산업에서 No.1 브랜드의 위치가 쉽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9년 79개 산업군에서 올해까지 10년째 브랜드 파워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37개(52%)에 달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애니콜·웅진코웨이·귀뚜라미·SK엔크린·비씨카드·롯데백화점이다. 또 대교눈높이·삼성생명·이마트·하기스·참이슬·지크도 10년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KMAC의 김종립 대표는 “시장 초기에 파워 브랜드로 자리 잡은 뒤 소비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높은 충성도를 확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치열한 경쟁 뒤 정상 고수=각 산업군을 선도하는 브랜드는 시장 형성 초기에 치열한 경쟁 과정을 거쳐 승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초기에 비슷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출현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그 격차를 더욱 벌리며 브랜드 파워를 확대해 1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패밀리레스토랑은 TGI와 베니건스·아웃백스테이크 등이 선두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차별화된 메뉴와 매장 인테리어로 아웃백스테이크가 선두에 오른 뒤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최근 3세대 영상통화 시장에서 쇼와 T라이브가, IPTV 시장에서 메가TV와 하나TV가 혈전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이 진을 치고 있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전문 영역을 파고들어 브랜드 파워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정수기 부문의 웅진코웨이나 케어스 공기청정기, 룰루 비데, 린나이코리아 비움, 동양매직의 매직스팀오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비전을 명확히 하는 브랜드 전략을 추구해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뒤 각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됐다. 식품 부문에서도 CJ나 풀무원 등을 제치고 샘표(간장), 청정원(고추장과 된장), 사조 O&F(해표 식용유) 등이 전문 브랜드 파워를 쌓아가고 있다. 또 택배시장에서 우정사업본부, 편의점 중 훼미리마트, 콘도리조트 분야의 한화리조트 등도 전문 영역을 개척한 파워 브랜드들이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경쟁력=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웠던 서비스와 상품에 브랜드를 붙여 성공한 기업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 정비는 소비자가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전문화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서비스를 표준화함으로써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LG화학의 지인창호도 비슷한 사례다. 인삼 브랜드를 만든 정관장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됐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브랜드화를 통해 횡성 한우·임금님표 이천쌀 등이 브랜드 파워 1위에 올랐다. 래미안·금호렌터카·현대하이카다이렉트·에쎄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파워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시장에서 선도 브랜드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한다.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이슈를 내세운 도전자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파워 브랜드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브랜드 리뉴얼과 활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1위에 오른,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이나 부라보콘·영창피아노·롯데백화점 등은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기초화장품 설화수나 밀폐용기 락앤락은 고객의 충성도 관리로 국내외 브랜드를 누르고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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