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뒤 정상 고수=각 산업군을 선도하는 브랜드는 시장 형성 초기에 치열한 경쟁 과정을 거쳐 승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초기에 비슷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출현해 주도권 싸움을 벌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고, 그 격차를 더욱 벌리며 브랜드 파워를 확대해 1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패밀리레스토랑은 TGI와 베니건스·아웃백스테이크 등이 선두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차별화된 메뉴와 매장 인테리어로 아웃백스테이크가 선두에 오른 뒤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최근 3세대 영상통화 시장에서 쇼와 T라이브가, IPTV 시장에서 메가TV와 하나TV가 혈전을 치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이 진을 치고 있는 국내 가전시장에서 전문 영역을 파고들어 브랜드 파워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정수기 부문의 웅진코웨이나 케어스 공기청정기, 룰루 비데, 린나이코리아 비움, 동양매직의 매직스팀오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비전을 명확히 하는 브랜드 전략을 추구해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뒤 각 분야의 파워 브랜드가 됐다. 식품 부문에서도 CJ나 풀무원 등을 제치고 샘표(간장), 청정원(고추장과 된장), 사조 O&F(해표 식용유) 등이 전문 브랜드 파워를 쌓아가고 있다. 또 택배시장에서 우정사업본부, 편의점 중 훼미리마트, 콘도리조트 분야의 한화리조트 등도 전문 영역을 개척한 파워 브랜드들이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경쟁력=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웠던 서비스와 상품에 브랜드를 붙여 성공한 기업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 정비는 소비자가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전문화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서비스를 표준화함으로써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LG화학의 지인창호도 비슷한 사례다. 인삼 브랜드를 만든 정관장도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됐다. 농축산물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브랜드화를 통해 횡성 한우·임금님표 이천쌀 등이 브랜드 파워 1위에 올랐다. 래미안·금호렌터카·현대하이카다이렉트·에쎄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파워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시장에서 선도 브랜드는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한다. 새로운 소비자 가치를 발굴하고 새로운 이슈를 내세운 도전자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파워 브랜드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브랜드 리뉴얼과 활발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1위 자리를 내줬다가 다시 1위에 오른,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이나 부라보콘·영창피아노·롯데백화점 등은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기초화장품 설화수나 밀폐용기 락앤락은 고객의 충성도 관리로 국내외 브랜드를 누르고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