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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원어민 발음 따라 하고 문화를 알면 눈·귀·입 저절로 열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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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영어교육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외국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어, 일어 통역사로 각각 활동하는 홍설영(32)·길영숙(39)씨에게 외국어 공부의 노하우를 물었다. 홍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외신기자회견 동시통역을 맡았고 길씨 역시 2002년 방한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통역을 맡는 등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활동하고 있다.

글=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권태균·정치호 기자

 

홍설영씨

이명박 대통령 영어 통역사 홍설영씨

홍설영씨는 영어 공부의 중요한 요소로 인내심을 꼽았다.

“영어를 잘하려면 문법·어휘 등 언어체계를 익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암기와 반복 학습이라는 산을 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산을 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죠.”

그는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영어 환경’에 자주 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도 중·고교 땐 영어 일기를 쓰고, 외국인과 펜팔도 했습니다. 팝송을 자주 듣거나 영어 방송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외국인을 만날 기회를 만들면 더 좋겠지요.”

영어를 이렇게 생활화하려면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을 찾으라고 권했다.

“좋아하는 영어 소설을 골라 내용과 표현을 암기할 정도로 반복해 읽었습니다. 재미있으니까 그게 가능한 거죠.”

홍씨는 한국인들이 듣기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은 말하기·듣기·쓰기·읽기 능력을 고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어가 잘 안 될 때는 발음이 서툴러서인지, 단어 뜻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문장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원인을 스스로 분석해야 해결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홍씨는 즉석번역(sight translation)과 섀도잉(shadowing) 같은 통역사들만의 학습법도 소개했다.

“즉석번역은 눈에 보이는 글을 바로 외국어로 해석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지요. 화자의 발음과 억양을 그대로 따라 하는 섀도잉은 원어민의 언어습성을 키워주지요.”

그는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붙어도 영어권의 문화·역사·시사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정서와 맞닥뜨릴 때가 많기 때문이란다. 홍씨가 매일 영어 TV를 보며 영어권의 정서를 파악하고, 다양한 분야의 영문 자료들을 읽으면서 관련 용어를 익히는 것도 그래서다.

홍씨는 통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한국어 실력부터 기르라고 당부했다.

“외국어를 듣고도 정확한 한국어로 옮길 수 없으면 안 되잖아요. 외국어보다 모국어로 사고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절실합니다. 통역의 대상은 언어 자체가 아니라 내용과 의미거든요.”

■영어 공부는 이렇게

① 문법·어휘·단어 등 언어체계를 암기하기

② TV·영화·책 등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활용 단어를 선별해 정리하기

③ 꾸준한 공부를 위해 재밌게 할 수 있는 공부법 찾기

④ 눈·귀·입 등 감각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학습매체 이용하기

⑤ 문화·역사·시사 등을 함께 공부해 영어권의 정서 이해하기

⑥ 모국어로 사고력·분석력 키우기


길영숙씨

노무현 전 대통령 일어 통역사 길영숙씨

“‘가장 좋아하는 것이 제일 잘하는 것이다’라는 일본 속담이 있어요.”

일어를 잘하는 비결을 묻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어 통역을 맡았던 길영숙씨가 한 말이다.

“외국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학습목표로 삼으면 금방 싫증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길씨는 일어 공부법으로 일본의 문화 콘텐트를 즐겨 보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영화·만화책 등의 원작을 보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면 학습 효과가 커지지 않겠어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외국어 공부를 지속하는 데 효과적일 겁니다.”

그는 하루에 30분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 공부를 그만두는 것은 단어와 어휘를 늘려가는 게 힘들어서입니다. 특히 언어 규칙은 꼭 암기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거든요. 저는 지금도 단어와 어휘를 적은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거나 메모장을 갖고 다니며 외웁니다.”

길씨는 효과적인 외국어 공부법으로 낭독을 권했다. 연극을 하듯 감정을 넣어 큰 소리로 낭독하면 입·귀·눈을 다 가동하게 된다는 것. 이때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면 교정도 되고 반복 학습 효과도 크다고 한다.

그는 무조건 외국어의 표현법을 외우기보다는 표현과 어감을 이해해야 실력이 빨리 는다고 말했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는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회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안면 몰수’라는 우리 표현은 일본어로는 ‘안면+몰수’가 아니거든요. 한일사전에도 그런 말은 안 나와요. 그래서 표현이 담고 있는 속뜻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길씨는 외국어 공부의 기본이 역설적이게도 모국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거주한 사람들 가운데는 두 언어 모두 사용상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모국어로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 혼란스러운 언어생활을 겪어 정체성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죠.”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어떤 말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다독이야말로 외국어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본어 공부는 이렇게

① 일정 시간 일정 분량을 매일 꾸준히 공부하기

② 규칙·문법 등이 어렵고 지겨워도 꼭 반복해 익히기

③ 표현을 적은 포스트잇들을 눈에 띄는 곳에 붙여놓기

④ 연극하듯 감정을 담아 큰 소리로 낭독하기

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듣고 교정하기

⑥ 해당 외국의 문화 콘텐트를 재밌게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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