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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왕하오 “핑퐁만 잘하면 BMW 굴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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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인 왕난은 광저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최고급 SUV인 BMW X5를 몰고 나타났다.

남자 탁구 대표팀 감독 류궈량은 최신형 아우디 승용차에서 내렸다. 중국 내 탁구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국은 2일 끝난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남녀부 우승을 휩쓸었다. 남자는 대회 4연패, 여자는 무려 8연패다.

올림픽에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남녀 단·복식을 휩쓸고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한국의 유승민에게 금메달을 한 번 내준 게 거의 유일한 은메달이다.


◇탁구 대표는 수퍼 스타=중국에서 국가대표 탁구 선수는 전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영웅이다. 6세 때 탁구를 시작한 왕하오(25·세계랭킹 1위)는 빼어난 실력에다 매끈한 외모까지 갖춰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수퍼 스타가 됐다. 신화통신의 장한 기자는 “왕하오가 3개월간 18경기에 출전하고 받는 몸값이 100만 위안(약 1억3000만원)이나 된다. 연봉에다 상금·광고 수입·용품계약까지 합치면 1년에 1000만 위안(약 13억원)도 넘게 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왕하오 이전 세계랭킹 1위였던 마린(세계랭킹 2위)은 2006년 소속 팀을 옮기는데 이적료만 500만 위안(6억6000만원)이나 됐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 금액이면 유럽 선수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여자도 비슷하다. ‘제2의 덩야핑’으로 불리는 여자 세계랭킹 1위 장이닝(26) 역시 13억 중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수퍼 스타다.

◇두꺼운 선수층, 탄탄한 기본기=중국 전역에는 제2의 왕하오, 장이닝을 꿈꾸는 선수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탁구만 잘하면 단숨에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한 기자는 “중국인들조차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등록된 탁구 선수가 3000만 명 정도는 될 것”이라며 “이들 가운데 남녀 각각 10명씩, 20명만이 중국 대표팀 상비군에 선발된다”고 말했다.

중국 탁구의 힘은 이처럼 두꺼운 저변에서 기본기 탄탄한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 대표팀 김형석 코치는“중국 탁구의 힘은 기본기”라고 잘라 말했다. 수많은 어린 선수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십수 년째 세계 랭킹 상단을 휩쓸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용품 개발 서둘러야=중국은 매년 수억원을 용품 개발에 투자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당예서는 “중국 대표팀이 쓰는 고무 러버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사용했던 러버는 모두 회수해 갈 정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대표팀 유승민은 “보통 드라이브를 걸면 볼이 솟아 오르는데 중국 선수들의 경우 오히려 볼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중국 선수들의 구질에 적응하기가 보통 까다롭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2000명이 채 안 되는 빈약한 선수층에, 일본에서 수입해 온 러버에 의존하는 한국 탁구.

서상길 대표팀 감독은 “한국도 용품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지도자들은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해 기본기 교육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저우=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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