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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음반낸 샐러리맨 최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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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0여년간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50대 건강보험공단 지사장이 늦깎이 가수로 데뷔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 중구서부지사장 최진(崔進.57)씨. 그는 이달 초 '칠성로 이야기'를 타이틀곡으로 한 생애 첫 음반을 내놓았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다 1985년 국민건강보험공단(당시는 의료보험관리공단) 제주지사로 직장을 옮겼다.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꿔왔고 고교 시절 밴드부에서 활약한 경력도 있었던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가수보다 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으로 명성을 휘날렸다. 그러나 그는 '노래방 인기짱'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제주지사장에서 서울 중구서부지사장으로 발령받은 지난해 3월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중학교 동창생인 작곡가 임정호(任政鎬)씨를 우연히 만난 것이다. 崔씨의 노래를 들어본 任씨는 음반을 내보라고 적극 권유했고, 결국 그는 주말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매달린 지 1년 만에 결실을 봤다.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은 대부분 그가 태어난 제주시 칠성골 등 제주의 옛 추억을 담은 것들이다. 2002년 86세를 일기로 작고한, 시인이었던 부친 최길두옹의 유작시 '고향의 노래'도 이번에 노래로 선보였다.

"노래는 박자와 음정 같은 것만 맞으면 누구나 웬만큼은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잘 부르려면 자신의 진솔한 감정을 노래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며 나름대로 '수준급 가수되기'의 비결을 밝힌 그는 "퇴직하면 고향의 양로원 등을 찾아다니며 노래 자원봉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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