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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200명 참여, 3000쪽 펴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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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6면

3000쪽에 달하는 미국 ‘컬럼비아호 폭발사고’의 백서(위)와 400여 쪽 분량의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백서. 신인섭 기자

2003년 2월 1일 미국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16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추락한 것이다.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컬럼비아호는 미국 텍사스주 상공 약 65㎞ 지점을 비행하던 중 미항공우주국(NASA)과 교신이 두절된 직후 폭발했다. 이 사고로 우주인 7명 전원이 희생됐다.

美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백서 들여다보니

NASA는 사고 직후 수 시간 내에 13명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컬럼비아호사고조사위원회(CAIB·Columbia Accident Investigation Board)로 명명된 이 조사위의 활동은 전미통합군사령관인 퇴역 해군제독 해럴드 W 게먼 주니어가 주도했다. 나머지 조사위원은 공군군수사령부와 항공안전국, 공군안전센터, 항공우주국 에임스리서치센터 등이었다. 공군·해군 고위 관계자, 우주정책 담당자, 학계 전문가 등이 망라된 조사위원회가 꾸려진 것이다.

위원회를 보좌하는 실무 전문인력만도 200명이 넘었다. NASA 주도로 조사위가 꾸려졌지만 활동은 미 정부기관의 입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사위가 꾸려진 지 6개월 후인 2003년 8월 CAIB는 백서를 발간했다. 총 6권 3000여 쪽 분량. 얼마나 조사를 철저하게 했는지 보여 주는 분량이다. 248쪽인 1권에는 사고 경과·원인·대책이 자세히 정리돼 있다. 나머지 2~5권은 파편 분석과 과학실험 내용, 관계자 인터뷰가 담긴 부록이다.

CAIB는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결론 냈다. 조사위는 백서에서 기술적 결함을 지적하는 한편 평소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NASA의 안일한 조직문화가 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NASA의 안전의식이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고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사고는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주왕복선 비행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주지 않은 백악관·의회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NASA는 조사위의 지적을 모두 시인하고 “조사위 보고서를 개혁의 청사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와 국민도 조사위의 결론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수용했다. NASA는 이 백서에서 지적한 29개의 권고 항목을 수용했고 15개의 자체 수정 항목을 마련해 이후 우주왕복선 개발 과정에서 44군데의 각종 장치를 개선했다.

백서는 NASA가 자체 안전센터를 설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백서는 전 세계 누구라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NASA 홈페이지(www.nasa.gov)에서 PDF 파일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별도의 CAIB 홈페이지(www.caib.us)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어 조사위의 활동 내용을 상세히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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