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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들의 삶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1호 07면

글·그림 김윤주, 파란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고, 그에게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져버린 걸 수도 있고, 섣불리 기대를 걸었다가 상처만 받을 수도 있다는, 온갖 두려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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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는 사소한 듯하지만 때로 너무도 거대하게 다가오는 그 두려움으로 인하여 떨리는 순간들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만화다. 『셀프』의 김윤주는 역시 일상을 확대하여 특별한 풍경을 발견한 웹툰 『군자동 그녀들』로 알려진 작가. 그녀는 『셀프』에서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십대 여자 세 명과 함께 공감 가득한 컷들을 엮어 나가고 있다.

『셀프』는 세 여자의 이야기다. 대학생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직장인 마리는 “시계 초침 소리처럼” 익숙해진 그와의 관계가 위태롭고 불안하여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뚱뚱한 옥이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희미하다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수연은 착하고 헌신적인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섹스&시티’의 순정 버전이라고 하면 어울릴까? 맥주 한잔을 마시며 털어놓는 세 친구의 이야기는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들은 예쁜 여자 앞에서 주눅 들고, 싸우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먼저 문자 보내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신고 나간 하이힐에 발이 부어 오른다.

남성적인 취향이 두드러지는 웹툰의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여자들의 삶을 다루는 『셀프』는 편안한 듯하면서도 공들인 그림과 만화가 끝날 무렵이면 나오는 독백, 여백과 생략을 적절하게 사용한 공간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헤어진 연인이 작은 여백을 사이에 두고 등 돌리고 앉은 한 컷은 그 막막한 마음의 거리를 짐작하게 한다. 문득 모니터 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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