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고 왜 되풀이되나-사고 잇따라도 마구잡이工事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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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려서인가,아니면 끊임없이 누출사고가 발생할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건가.
대구지하철가스폭발참사로 사회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는데도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가스누출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국민들은 도대체 왜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순히 무관심과 소홀만으로 돌릴수 없는 근본적 문제가 있는게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최근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를 들여다보면 『지뢰밭이 마구 파헤쳐지는 느낌』이라는 위기감을 실감케 한다.
사고유형중 대표적 사례는 대구에서처럼 땅속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은채 마구잡이로 구멍을 뚫다 가스관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이 경우 작업은 땅위에서 하고 가스관은 땅속에 있어파손여부를 모른채 공사를 계속하기 십상이어서 대형참사의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달 30일 서울영등포구 양평동1가 하수로 공사현장에서 처럼 무작정 포클레인을 동원하다 배관을 깨뜨리는 것도 마구잡이 천공과 마찬가지로 무책임이 원인이다.지난해 이같은 사고가 7건이었다. 사전 확인작업을 했지만 포클레인의 삽날이 워낙 크고 날카로워 살짝 스쳤는데도 PVC 가스관이 깨져버리거나 지난해 4월 서울강남구수서동 수서지하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것처럼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가스관에 균열이생기는 「사고성 파손」도 있다.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모호한 경우도 있다.가스관을 직접 건드리지 않았는데 가스가 새는 경우다.
지난 2일 서울신당동 지하철공사장에선 건설회사측이 가스관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그 옆으로 구멍뚫기 작업을 했는데도 쇳덩어리가 땅을 파는 진동충격으로 가스관에 금이 갔다.같은날 서울화곡3동 지하철공사장의 가스누출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 가스가 샜다.
현행법은 관이 깨지지만 않으면 아무리 가스관에 충격을 주는 공사를 해도 제재가 없기 때문에 이같은 「충격균열」은 상상외로많다. 이같은 사고에 대해 건설사측은 단순사고임을 강변하지만 관이 깨질 충격을 무시한채 무작정 공사를 강행한 것이 누적돼 가스가 샌것이어서 결국 인재(人災)다.
가스관의 부식으로 인한 누출은 책임소재를 따지기 더더욱 어렵다. 가스관은 겉표면의 부식방지 피복이 벗겨지면 빠른 속도로부식되는데 인부들은 관에 금만 안갔으면 피복이 벗겨졌든 말든 그냥 흙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공사가 끝난지 몇개월 뒤에 갑자기 가스가 새는 것이다.
지난 1일 서울노원구 상계동 공사장과 마포구아현동 오피스텔의밸브관 이음새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은 야간에 용접을 하다보니 생긴 가스관 이음새 용접불량때문이었다.결국은 다 인재성이다.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는 가스누출 사고는 이처럼 복합적 원인들로 인한 것이어서 「반짝성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당장 사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수술을 시작 하지 않는한 아무리 사회가 난리를 쳐도 사고는 또다시 발생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李炯敎.表載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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