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비스업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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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생산성은 2004년 기준으로 미국의 73%에 불과하고 일본의 84%, 유럽 6개국 평균의 82%에 그친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 동안 일해도 성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그나마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업은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이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취업자 2343만3000명 가운데 서비스업 취업자는 1756만9000명으로 74.9%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자꾸 서비스업에 몰리지만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없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어렵다. 고용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부진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전체 나라경제의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 제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마당에 서비스업으로의 인구집중 추세를 되돌릴 수도 없다. 결국은 서비스업 자체 내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우선 규제를 풀고, 경쟁을 늘려 서비스업에 만연한 비효율성을 걷어내야 한다. 과밀 상태인 음식·숙박업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될성부른 고부가가치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강점이 있는 정보기술(IT)·생명공학(BT)·문화서비스업은 더욱 키우고, 국제수준에 못 미치는 교육·법률·금융서비스업은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서비스업을 살려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