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제주도 자치경찰 인력 부족해도 ‘틈새 치안’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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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들이 제주공항에서 길을 묻는 어린이 관광객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강정효]

제주도 자치경찰이 다음달 1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자치경찰은 전국 광역 시·도 중 제주도에 유일하게 설치돼 있다. 지자체가 인사·운용권을 갖는 자치경찰은 지역 구석구석까지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장점. 이 때문에 제주도 외에도 지자체마다 설치를 요구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도 임기 내 도입을 약속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 자치경찰의 1년간 실험은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질서 유지에는 도움=제주자치경찰은 2006년 7월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준비기간을 거쳐 이듬해 3월 1일 출범했다. 국가경찰에서 특채한 38명과 신규 임용한 순경 45명으로 구성됐다.

자치경찰의 주업무는 관광지 질서 유지 및 교통 관리, 산림·환경 사범 단속. 제주 자치경찰은 1년간 관광지 현장의 법규 위반 단속 6700여 건, 교통법규 위반 단속 2만여 건 등 국가경찰의 힘이 채 닿지 않는 분야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일단 “관광 질서 문란 행위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윤종 제주도관광협회 팀장은 “과거에는 경찰이 공항 렌터카의 호객행위 등을 세심하게 단속하지 못했는데, 자치경찰이 투입되면서 질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경찰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았던 한라산 국립공원 곳곳에 배치돼 환경·산림 관련 단속활동을 강화한 것도 자치경찰이 생기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권한 제한으로 애로=그러나 자치경찰은 교통 단속 및 질서 유지, 산림·환경 사범 단속 정도로 권한이 한정돼 있어 애로가 많다. 한 자치경찰관은 “교통 단속을 하다 운전자가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하더라도 따로 국가경찰을 불러 해결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마저 일반 경찰에 비해 자치경찰을 ‘얕잡아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재정 부족도 문제다. 현재 제주 자치경찰은 출범 이전 필요 인력으로 잡았던 127명보다 크게 부족한 인원인 8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별도의 청사도 아직 갖추지 못하고 다른 건물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영철(행정학) 제주대 교수는 “친근한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자치경찰의 장점”이라면서도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양성철 기자 , 사진=프리랜서 강정효

◇자치경찰=자치단체가 인사·조직운용권을 갖고 있는 경찰이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경찰과 구분된다. 한국의 경찰은 국가경찰이 원칙이나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만 자치경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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