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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사건 재판 공정성 시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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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수와 천사들이 모두 나서 죄 없음을 주장해도 그들은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다.』 추정 사망자 2백여명을 포함,6백여명을사상케 한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 범인들의 재판을 앞둔 미국인들의 분노어린 반응들이다.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은근히 태동하고있는 것이 이들이 받게 될 재판의 공정성 여부다.
공정성 시비의 초점은 유.무죄를 가리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역설적으로 이들의 범법행위가 너무 명백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형사재판에 있어 배심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美형사소송법에 따라 제기되는 첫번째 고민은 이 재판의 배심원으로 누구를 내세워야 하느냐는 점.배심원은 사건 발생지역의 성인(成人)주민 가운데서 무작위로 추출되며,편견에 의한 결론을 피하 기 위해 범죄 내용을 알지 못하는「순수한 제3자」들로 구성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그러나 이 사건은 사상자가 워낙 많아 배심원 대상자들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고,그렇지 않더라도 언론 보도를 통해 거의 모두 사건 내용을 알고 있어「백지 상태」의 배심원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결론을 내리고 있는」배심원들에 의해 평결되는 재판은 공정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원칙론적인 지적에 따라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재판을 다른 곳에서 열자는 재판 관할지 변경論.미국내각 州를 몇개의 연방판사 순회재판구로 나누는 관 행에 따라 오클라호마 인근州들인 유타.콜로라도.와이오밍.뉴멕시코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판을 여는 시기를 다소 늦추자는 案도 있다.美형사소송변호사회의 제럴드 골드스타인 회장은『분노의 열기가 조금 누그러질 때까지 일정을 늦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또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사나 변호사는 물론 경찰등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최대한의 공정성을 유지케 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수백명의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 重범죄자의 재판을 앞두고 제기되는 이같은 공정성 논쟁은『사법적 진실이 제도와 절차에 의해 함몰되고 있는 美형사법제도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전형적인 예』라는 비판론과『그래도 원칙은 원칙』이라며 공정 성 제고를 내세우는 주장이 맞서 그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거리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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