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차량.시체 뒤엉켜 아비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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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최악의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난 대구지하철공사장주변은 일본 효고현 남부대지진을 연상케하는 참혹한 생지옥의 현장이었다.
사고로 불타고 추락한 수십대의 차량이 철제빔위에 걸린 끔찍한현장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시민과 가족들은 손발이 잘린 사망자들의 시체가 올라올 때마다 통곡했다.
◇폭발순간=『꽝』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신호대기중이던 시내버스 4대와 승용차등 60여대의 차량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지하철공사장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사고를 목격한 권순출(權純出.35.대구시달서구진천동)씨는『폭발음이 들리는 순간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고 뒤이어 황토먼지가 연기처럼 뒤덮였으며 지하철공사장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며『폭발순간 공중으로 치솟았던 복공판 파편이 우박 처럼 쏟아졌다』고 말했다.
◇사고현장=공사장 지하에 추락,전복된 차량과 피투성이가 된채숨진 등교길 학생들의 시체가 흩어져 있는등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사고현장은 공사장의 지하 철구조물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뒤엉켜있고 영남고 앞 6층짜리 동서신경외과 건물은 유리창이 모두깨지고 왼쪽으로 기울어 전장을 방불케했다.
영남고 건너편 두란노교회 2층옥상에는 공사장에서 날아간 2백80㎏짜리 복공판이 걸려있어 폭발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또 현장에서 2백여m떨어진 영남고 체육관은 유리창이 깨지고 천장 곳곳이 내려앉아 폐허가 됐다.
또 영남고 네거리옆 서일학원 6층건물과 공사장옆 삼천리자전거상회의 2층건물지붕이 날아갔고 반경 1백m이내에 위치한 아파트유리창이 박살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 일대 전주 20여개가 폭파진동으로 무너져내려 달서구일대 2천여가구가 정전되고 지하의 대형 수도관이 파열돼 수돗물공급이전면중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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