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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영 파워 <③·끝> ‘돈벌이 발상’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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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멕시코의 시네팝(www.cinepop.com.mx)은 ‘착한 영화사’로 통한다. 주말이면 마을회관·공원 등 공공 장소에서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가 상영될 때면 영화관 입장료를 버거워하는 사람이 수백, 수천 명씩 몰려 축제를 방불케 한다. 이 무료 상영회장 한 쪽엔 마이크로 크레디트(소액대출) 업체와 복지단체들의 부스도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 업체들은 자활 의지가 있는 빈민에게 상담을 통해 소규모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복지단체들은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한다.

그렇다고 시네팝이 비영리 자선사업체는 아니다. 코카콜라·크노르 등 기업 광고를 유치해 영화 시작과 끝 부분에 틀거나 상영회장 주변에 광고판을 세우고 대가로 돈을 받는다. 기업체들은 광고를 통해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고 가난한 사람은 공짜로 영화를 보며, 복지단체들은 효과적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시네팝은 돈을 버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구조인 것이다.

이 회사 사장인 에어리얼 실버스텐(27)은 세계적 영화학교인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졸업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출신이다. 그는 멕시코인의 90%가 영화 관람료를 낼 형편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3년 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5만 명이 이 무료 영화관을 찾았다.

실버스텐은 이른바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다. 기업 경영과 자선사업을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의 퍼주기식 자선사업에서 벗어나 돈을 벌면서 자선사업도 하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 활동을 하는 젊은 층이 지구촌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자선사업에 들어간 돈이 효과적으로 쓰이는 걸 투명하게 보여주고, 정부·기업에 손 벌리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사업을 꾸려가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지난달 23~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특별 세미나도 열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이번 포럼에서 역설했던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도 사회적 기업가다. 다보스 포럼의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바프는 ‘사회적 기업가를 위한 슈바프 재단’을 설립해 이들의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아랍권의 여성 사회적 기업가인 사라야 살티(37) 인자즈 수석 부사장은 “사회적 기업가는 경제를 살리고, 젊은이들의 역할 모델이 된다”고 말한다.

창업 지원업체인 인자즈(www.injaz.org.jo)는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슬람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키워 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바꿔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현재 아랍 12개국에서 매년 10만 명을 교육하는데 연간 100만 명까지 교육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여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 기업가도 대거 배출했다. 파급 효과에 놀란 아랍 정부·기업들이 인자즈의 후원자로 나섰고 미 국제개발청(USAID)도 동참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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