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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발' 독립선언 도미노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서부 칭하이(靑海)성에서 21~22일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7일 코소보의 독립 선언에 대해 자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운동을 자극할까 걱정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중국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티베트 독립 시위는 티베트식으로 새해 첫날인 21일 시작됐다. 미국의 자유아시아TV에 따르면 칭하이성 퉁런(同仁)현에서 새해 맞이 행사를 벌이던 수천 명의 주민이 현지 치안을 위해 출동한 경찰들에게 야유를 보내면서 시위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티베트 독립” “달라이 라마 만세”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주민은 경찰차를 전복하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과격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장경찰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즉각 병력 증원을 요청해 현지에서 과격시위를 벌인 주민 200여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 승려들이었다. 경찰의 무력진압에도 시위는 이날 오후 10시까지 계속됐다.

다음날인 22일에도 주민 수백 명이 현 청사 주위에서 체포된 승려들의 석방과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현지 경찰은 주민들의 시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체포한 승려 200여 명 대부분을 22일 오후 석방했다. 경찰의 무력 진압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1951년 중국에 합병된 티베트에선 매년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칭하이 성 등에서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식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독립 요구 시위를 벌인 적은 거의 없었다. 550여 만 명에 달하는 티베트 민족은 시짱(西藏) 자치구와 칭하이·간쑤(甘肅)·윈난(雲南)성 등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14세는 59년 인도로 망명해 해외에서 티베트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심상찮은 움직임이 벌어지는 곳은 티베트만이 아니다. 코소보 독립 선언 직후 그루지야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은 자신들도 러시아와 유엔에 독립 승인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0월 분리 독립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스크 자치정부도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바스크 분리주의 정당은 코소보를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스페인과 같은 불씨를 안고 있는 영국(스코틀랜드), 벨기에(북부 플랑드르), 스리랑카(타밀주), 인도네시아(아체주·서파푸아), 미얀마(샨주), 인도(나갈랜드)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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