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747 경제 점보기’ 띄우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조종간을 잡은 747 점보 여객기가 비행을 시작했다. 7·4·7은 이 대통령이 공약한 3대 경제 정책을 축약한 말이다. 연평균 7% 성장, 1인당 4만 달러 국민소득 달성, 7대 경제 강국 진입이다. 하지만 기상 여건은 그리 좋지 못하다. 짙은 안개(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 먹구름(전 세계적 물가 불안과 경기 위축 조짐)까지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륙 직후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악천후를 만난 셈이다. 민간 싱크탱크 경제 전문가들은 대내외 여건이 순탄치 못한 만큼 경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정교한 ‘비행 시간표’를 짤 것을 주문했다.

한국 경제가 순항 고도에 오르기 전까지 집권 초기 역점을 둬야 할 정책과, 긴 호흡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를 구분해 정책 추진의 발걸음이 꼬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기 초엔 이것부터=집권 초기엔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경제의 틀과 체질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또 ‘이명박식 정책’ 추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얻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주선 박사는 집권 6개월 내, 길어야 1년 안에 전력을 쏟을 최우선 과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비롯한 각종 규제 정비,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 부문 개혁, 노동 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법·제도 정비다. 하나같이 새 정부가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을 시점에 밀어붙일 수 있는 ‘개혁 성향 정책’들이다. SK경영경제연구소의 왕윤종 상무는 “각 부처에 흩어진 숨은 규제를 빨리 찾아내 푸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팎의 경제 악재에 따른 국민 불안을 누그러뜨릴 ‘응급처치형 대책’들도 시급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려면 시급히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중·장기 정책도 완급 필요=이 대통령은 7% 성장부터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공급까지 30여 개에 달하는 경제 공약을 내놨다. 이 중엔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거둘 만한 정책이 적지 않지만 차기 정부까지 넘길 장기 정책도 수두룩하다. 중·장기 정책의 경우 모든 걸 임기 동안 이뤄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선택적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LG경제연구소의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인 서비스 수지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두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4대 원유 수입국이다. 석유 소비량이 세계 7번째로 많다.

하지만 자원 외교 같은 에너지 확보 노력은 이웃 경쟁국인 중국·일본에 비해 훨씬 뒤진다. 또 서비스 수지 개선책을 적극 펼치면 규제 완화와 내수 활성화, 고용 창출이라는 부수입도 자연스레 챙길 수 있다. 오 실장은 “두 가지 모두 1990년대 이후 집권한 역대 대통령들이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 숙제”라며 “이것만 잘해도 이전의 정권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미래 한국 보고서’에서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신 성장 엔진 육성▶인프라 투자 확대▶동북아 허브 실현 등을 차기 정부까지 끌고 갈 장기 과제로 꼽았다. 

표재용·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