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美式 정부와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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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국민을 위한,국민에 의한,국민의 정부」를 주창한 링컨이 내내 고민한 의문이다.
정부가 너무 강하면 개인의 권익이 침해당하고,너무 약해도 개인의 권익은 보전(保全)되지 않는다.정치적 이상주의자였던 우드로 윌슨은「정부 파워를 제한시키는 역사가 바로 자유의 역사」라고까지 했다.트루먼은「효율적인 정부는 곧 독재」로 규정지었다.
미국에서 정부의 평가절하는 80년대 레이건대통령때 極에 달했다.「정부는 문제해결자가 아니라 바로 그 정부가 문제」라는 것이 레이건 집권의 명제(命題)였다.오클라호마시티 폭발테러가 터진 그날 아침 워싱턴 포스트紙의「연방정부 페이지」 에 충격적인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다.국민들 일상 꿈의 실현에 연방정부가장애가 된다고 믿는 국민들이 56%,도움이 된다는 쪽은 31%였다.공직봉사에 긍지를 갖는 초당적 전직(前職)고위공무원협의회의 독립적인 조사 결과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정부 건물에 대한 폭탄테러는 가공할 새 현실을 일깨웠다.「테러는 중동산 외국제」란 신화를 함께 날려버렸다.테러에 더이상 안전지대는 없다는 메시지다.정부를 敵으로 삼는 反정부 새 극단주의의 존재가 함께 부각됐다.
반정부물결을 타고 18세기식 민병대가 부활중이다.
장총을 메고 군사훈련으로 전력을 다지며 사유재산과 개인권익을「敵」(정부)으로부터 지킨다.조세저항과 토지수용반대,낙태허용및총기규제,불법이민 방치,정부권한의 남용등 정부의 「惡」에 대한무력항거도 불사한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총기휴대가 가능하고 州에 따라 시민들간의자발적인 집단무장도 허용돼 있다.민병대는 17개州에 이르고「백인지상주의」등 위험세력도 고개를 든다.83년 총기를 들고 조세저항중 사살된 고단 칼이란 자가 이들에게 첫「순 교자」다.93년 4월19일 졸속한 진압작전으로 67명이 집단희생된 텍사스 웨이코참사를 이들은「공권력 테러의 표본」으로 간주한다.공교롭게도 오클라호마시티 비극은 그 2주년에 일어났다.한 용의자가 관여했다는「애리조나 애국단」은 유타州 국세청 건물의 폭파혐의에 연루된 바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아마겟돈」적 善과 惡의 종말적 대결로 폭발하는「정부와의 전쟁」이다.그 전선에 국경이 따로 있을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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