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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이 미래전략이다 ② 강남학원 영어수업 어떻게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사교육 불패 이유 공교육에 있다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2년 살다 왔어요. 지금 중1인데 학교영어시간이 제일 싫다고 해요. 교과서는 너무 쉬워 재미가 없고, 영어 선생님은 50대 중반이신데 영어 발음을 거의 알아듣기 힘들답니다.”

얼마 전 상담한 한 학부모의 푸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에 가야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남 학부모 사이에는 널리 퍼져있다. 강남 학원에서의 영어 수업, 학교와 어떻게 다른 걸까.

첫째, 강남 일대 학원에서는 철저히 수준별 학습을 진행한다.
문장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학생과 미국에서 2년 가량 유학한 후 귀국해 영어가 능통한 학생이 같은 시간에 같은 교재로 학습한다면 그것은 학생들과 교사 모두에게 고통이고 시간 낭비다. 그런데도 우열반 편성을 반대하는 교사 단체들이 많다. 이것은 학교가 학력 증진 기능을 포기하자는 말과 똑같다.

둘째, 학원강사는 학교 교사와 기본 마인드부터 다르다. 학원강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선택돼야 하고 자신의 몸 값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무한경쟁 체제에 놓여있다. 반면 학교 교사는 방학 때까지 월급을 받으며 정년이 보장된다. 출발선에서부터 치열함이 다르다. 학원에서는 매달 각 강사들의 수업내용과 만족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한다. 학원의 교수부장, 상담실장, 부원장, 원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 업무가 바로 강사관리다. 열심히 잘 가르치는 강사는 급여를 올려 다른 학원으로의 이동을 미연에 방지하고, 엉터리 강사들은 바로 퇴출시킨다. 학부모들의 입소문이 가장 무섭기 때문이다.

셋째, 학원은 고객을 위한 관리와 맞춤형 서비스 정책에 심혈을 기울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은 무조건 옳다’ 는 정신에서 학습 및 관리 시스템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자녀가 특목고를 거쳐 서울대나 미국 아이비리그로 유학한 후,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 학부모의 가장 큰 꿈이다. 모든 학생이 이렇게 될 수는 없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이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강남의 학원들은 학생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관리전략을 제시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래야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학원강사들은 자신만의 강의 스타일과 학생관리 전략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차별화’ 는 강남 영어사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가장 훌륭한 성공전략이다. 강한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혼을 잘 내면서도 학생들이 잘 따르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학생 한 명 한 명의 생일과 특별한 기념일까지 다 외우고 챙겨주는 세심함으로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강사가 있기도 하다. 이처럼 강남 일대의 유명 학원과 학원강사들은 입시를 위한 특별한 전략과 실력을 갖추고 맞춤형 고객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결국, 강남 학부모와 학원들 사이에 퍼져있는 ‘사교육 불패’의 이유는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는 입시교육 보다 인성교육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공교육에도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인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허 정 윤
압구정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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