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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품위있는 임종과 仁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환자가 의사로부터 죽음을 선고받고 임종에 들기까지에는 5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진단결과를 믿지 않고 병원을 전전하며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는것이 첫번째 단계.다음으로는「나보다 못된 사람도 많은데 내가 왜…」하는 분노와 적대감이 일어난다.이 시기가 지나면 대체로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조금만 더 산다면 착한 일을 할 수 있을텐데」하는 타협의 시기를 맞는다.
아무도 만나기 싫고 하루종일 천장만 쳐다보며 극도의 우울에 빠지는 것이 그다음 단계.이때 환자들은 「이제는 내차례구나」하며 비통에 젖는다.그리고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체념 단계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조차 누리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임종환자들.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환자 방문시간은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에겐 점차 줄어들고 반대로 회복기 환자에겐 길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결국 환자가 치료 불가능한 암일 경우 병원에서는 퇴원을 강요당하고 집에서는 온 가족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죄책감에 인생에서가장 괴롭고 슬픈 통과의례를 치러야 한다.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8층 소강당엔 요즘 점심시간을 이용,의사.간호사.영양사등 50여명이 열심히 임종환자의 호스피스에 대해강의를 듣고 있다.
『환자가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순간에 도와주는 것이 의료인의도리』라는 참가자의 말에서 의료가 치료와 예방차원에서 「인간의품위있는 죽음」에까지 개입하는 포괄적 의료개념을 문득 떠올리게된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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