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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토크] 69세 여자 도슨과 22세 남자 에릭의 결혼, 왜

중앙일보

입력

당시 69세였던 베티 도슨은 젊은 남성과의 섹스 판타지를 가끔 마스터베이션용으로 즐기긴 했으나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좀 특별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나이는 22세. 손주뻘 아닌가.

섹스학(Sexology)을 공부하던 에릭이 섹스학자 도슨과 섹스해 보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뉴욕에 오려고 했을 때도 도슨은 "나랑은 밥만 먹고 잠은 뉴욕에 있다는 네 친구 집에서 자라"는 단서를 걸었다.

그랬던 도슨이었지만 에릭 윌킨슨을 본 순간 한눈에 필이 꽂혔다.

"처음 본 순간 정욕이 솟았어요. 멋진 6피트의 남자…. 그는 내가 섹스 선생님이 돼 주길 바랬어요. 정말 유혹적이었죠. 우리는 밖에서 식사한 후 제 아파트로 돌아와 4시간 동안 정말 뜨거운 섹스를 했어요. 주말 내내 전에 해 보지 못했던 온갖 종류의 섹스를 다 해 봤어요. 1등급 섹스였죠."

윌킨슨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고 열정적 남성이었지만 무엇보다 도슨의 마음을 잡아끈 건 그가 바이브레이터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많은 남자들은 여자가 섹스 도중 바이브레이터를 꺼내면 위협을 느끼죠. 여자가 기구를 쓰는 것을 '당신으로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요. 그러나 에릭은 바이브를 환영했어요. 그의 페니스가 삽입된 상태에서 나는 바이브를 클리토리스에 갖다 대죠. 남자와의 섹스에서 질 오르가슴을 느낀 게 얼마만이었는지 몰라요."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소문이 들리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에릭이 출세를 목적으로 베티를 이용한다"와 "베티가 젊은 양기를 빨아먹기 위해 에릭을 이용한다"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윌킨슨의 부모였다.

"베티와 동거를 시작하고 몇 달 후 버지니아의 부모님에게 저희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부모님들의 충격은 대단했죠. 엄마는 베티가 저를 이용해 먹는다고 생각했고, 우리 관계는 뉴욕의 죄악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 생각했어요."-윌킨슨, Salon.com 인터뷰

그러나 놀랍게도 윌킨슨의 엄마는 현재 도슨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아들이 얼마나 도슨을 깊이 사랑하는지 깨달은 후 그냥 마음을 비운 것이다. 자기에게도 엄마뻘이 될 수 있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나로서는 영 어색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도슨과 윌킨슨의 엄마는 가끔 전화로 수다도 떨고 방문했을 때 잠도 재워 주는 친구 사이라고 한다.

둘의 관계가 애틋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그들은 자신들이 '일부일처제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친구가 에릭을 맘에 들어하는 거예요. 에릭에게 의향을 물은 뒤 좋다고 하길래 그녀의 생일 선물로 에릭과의 하룻밤을 선사했죠. 그런데 그 친구가 에릭을 그날 이후로도 계속 만나려고 드는 거예요. 화나서 뭐라고 하려다가 꾹 참았어요.

'에릭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 에릭은 내 소유물이 아니다' 주문을 외우면서 제 자신을 다스렸죠. 전 이제 나이도 들고 엉덩이도 늘어졌어요. 에릭이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 떠난다면 공허하겠지만 그에게 열린 많은 기회를 차단해선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많은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여자로서 매력을 잃는 것에 의기소침해지지만 그럴수록 '나는 멋진 여성이다' 하고 자기 암시를 해야 해요. 지속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다 보면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죠."-도슨

도슨의 의기소침함에도 불구하고 윌킨슨은 그녀와의 섹스가 정말 즐겁다고 말한다.

"제 또래 여자들한테는 한계가 있어요. 굉장히 개방적으로 얘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섹스해 보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가 너무 명확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무척 보수적이죠. 베티는 나이가 많지만 자기 관리를 참 잘하고, 누구보다 자유로운 마인드를 가졌어요."

그들은 또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대화가 단절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평상시엔 각방을 쓰고 가끔 다른 파트너를 만나 섹스하는 등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 대신 하루에 15분씩 꼭 껴안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자신 이외의 다른 파트너를 상대에게 허용하는 대신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파트너를 집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것. 외박하지 않을 것. 만나는 사람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을 것.

나로서는 그들의 삶이 아직도 유별나고 멀게 느껴지지만 인터뷰 내용 곳곳에서 나이와 문화를 초월해 공감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어떤 관계든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선 서로 간의 노력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 자유로운 삶을 얻기 위해선 그 만큼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천 명이 넘는 파트너와 평생 별의별 섹스를 다 해 본 도슨도 삽입 섹스를 하면서 바이브레이터를 쓴다는 것. 고로 나만 이상한 년이 아니었다는 것!

이연희는?
대한 여성 오르가슴 찾기 운동본부(www.foxylove.net) 운영자.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 foxy@foxylove.n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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