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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컴퓨팅의 주인공은 ‘태블릿’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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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38면

‘기술 전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19일 스탠퍼드 대학 메모리얼 오디토리엄에서 교수·학생 1700명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팰러 앨토 AP=연합뉴스]

향후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MS가 창립된 1975년 무렵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없었고 소프트웨어는 값비싼 컴퓨터를 살 때 공짜로 얹어주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발전은 인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줬지만 앞으로 전개될 변화도 이에 못지않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연구자들이 협업하는 데 소프트웨어는 강력한 지원 도구로 역할한다. 이에 힘입어 혁신은 더욱 가속화된다. 교육 영역은 분할될 것이다. 예컨대 모든 대학이 물리학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없다. 물리학을 잘 가르치는 교수가 무료 강의를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된다. 벌써 그런 기미가 보인다. 각 분야 최고의 교수들이 가르치는 강의가 전 세계에 제공되는 것이다.

컴퓨터 작업에 처음엔 키보드만 사용하다가 마우스가 등장했고 이제는 마우스가 컴퓨터 작동의 주역이 됐다. 나는 태블릿(tablet) 장치가 미래 컴퓨팅의 주인공이라고 믿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할 생각이다. 태블릿은 종이로 된 교과서도 대체해 학습환경을 바꿔놓고, 회의에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태블릿은 경량화와 저가화가 필요하다. 컴퓨터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존재가 아니라 책상 자체가 컴퓨터가 된다. 책상의 표면이 스크린이 된다. 오늘날 한 디지털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데이터를 옮길 때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새 휴대전화를 사거나 컴퓨터를 대여하면 내가 사용하는 기존 정보가 자동으로 수록된다. 셋톱박스와 비디오게임기 간 경계도 사라진다. 저장용량이나 광섬유대역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형 고화질 스크린은 30~40달러에 판매될 것이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인식해 기록하는 저가 카메라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병목현상도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클록(clock) 속도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지원하려면 전혀 새로운 차세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제작 방식도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회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는 사내 연구그룹, 연구그룹과 대학 간의 산학협동에 대한 투자다. MS는 연 60억 달러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한다. 그래픽 기술, 양자 컴퓨터, 그리고 펜ㆍ음성ㆍ촉감을 사용한 ‘자연적 사용자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가 미래 컴퓨팅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과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옛날 과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과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이었다. 과학자들은 수학을 알아야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수식을 만들고 예측할 수 있었다. 오늘날 생물학ㆍ천문학ㆍ뇌과학 같은 분야의 연구에 필요한 엄청난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다.

MS가 매년 개최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이매진 컵(Imagine Cup)에는 미국 학생보다 인도ㆍ브라질 학생들의 참여가 더 많다. 참가자 수준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기회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출신지가 아니라 교육 수준이다.

과학기술이 회피할 수 없는 것은 빈곤 퇴치 문제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안겨준 과실은 그 수혜가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보다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매년 사망하는 1200만 명의 어린이 중에서 부자나라 어린이는 1%도 안 된다.

또 의학 연구 프로젝트의 90% 이상은 부자 나라들의 보건ㆍ건강 문제에 국한된 것들이다. 말라리아로 매년 100만 명이 사망한다. 그러나 탈모증 연구에 말라리아보다 50배의 연구비를 투입한다. 어린이에게 위장염을 잘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해 조사해 본 적도 있다. 로타바이러스 때문에 매년 50만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 그럼에도 가난한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충분한 연구도, 치료제의 충분한 생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시장에 수요가 없으면 혁신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해결 가능하다. 실제로 점차 많은 회사와 대학이 시장의 인센티브를 뛰어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MS에는 사회과학자로 구성된 팀이 있다. 이들은 극빈자들을 찾아가 대화하고 현황을 파악한다. 극빈자들은 전기도 없이 살아가며 문맹률이 높은 사람이다. 이들에게 줘야 할 것은 PC가 아니다. 10센트짜리 컴퓨터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처한 문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도MS의 사회과학자들은 휴대전화나 DVD를 사용해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DVD 녹화기로 인도에서 가장 뛰어난 농부들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촬영해 가난한 농부들에게 보여 주는 방식이다. 농업 전문가들을 파견해 현장지도를 하는 것보다 생산성 향상 효과가 세 배나 더 컸다. 우리는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다. 나는 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이 실효성이 있고 없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효과를 측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방법이 보다 빠른 변화를 낳을 수 있다. 과학과 소프트웨어는 앞으로도 인간에게 힘을 부여할 것이라고 나는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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