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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트래블>태평양 얍 아일랜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견지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팔도강산을 헤매던 내가「낚시를 통한 세계 자연과 문명의 만남」이란 테마를 가지고 태평양을 돌아다닌지 몇해가 됐다.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비교적 손쉽게 문명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오지(奧地)를손꼽자면 적도 바로 위에 있는 얍 아일랜드(Yap Islands)를 들 수 있다.
같은 태평양 한복판에 떠 있는 섬이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괌이나 사이판 또는 하와이가 21세기 문턱에 서 있다면 얍은 이제야 원시의 문턱을 넘고 있는 조그만한 섬이다.
얍섬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노선이 미크로네시아 콘티넨탈 에어라인을 타고(괌에서 약2시간거리)우리나라의 산간벽지에 있는 조그마한 간이기차역과 같은 공항에 몇 안되는 어드벤처리스트들이 내렸다.대개는 미국과 유럽,그리고 일본에서 오는 다이버들이고 낚시 장비를 든 사람은 나와 동행한 김석범 한국낚시전문가회의 사무총장 뿐이었다.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눈앞에 경이로운 풍경들이 즐비하게 펼쳐졌다.
야자수가 우거지고 정글로 뒤덮인 거리는 텅비어 있고,간간이 보이는 원주민의 의상은 우리와 판이하게 달랐다.벌거벗은 사람이없을 뿐이지 모두 나상들이었다.제1차 세계대전이후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인들의 지배를 받은 탓인지,남자들은 일본인들이 즐겨 입던「훈도시」를 약간 크게 만들어 중요한 부분만 가리고 있었으며,색상은 원색으로 화려했다.
여자들은 미니 스커트보다 더 짧은 천이나 통치마로 배꼽 아래만 약간 가리고 나머지 부분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유유히 길가를 거닐고 있었다.우리가 얍에 도착했을때는 기상 이변으로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세계 기상학자 들은 이를 엘니뇨 현상이라 했다.낚시를 갔던 우리로서는 폭우가 쏟아져도 강한 바람이 없어 다행이었다.배를 몰아 바다로 나갔다.쏟아지는 빗방울이 얼굴에 콩을 볶듯 따갑게 쏟아졌다.그러나 피할 필요가없었다.섭씨 35도에서 내리는 폭우 라 오히려 시원했고,이런 비를 맞는 것을 서양인들은「레인 샤워(Rain Shower)」라 하여 적도지방 여행에 있어 가장 큰 선물로 생각한다.
대양에서는 새떼를 찾기 전에는 아무리 낚싯대를 드리워야 허탕이다. 국내에서는 바다에 나가면 갯바위낚시를 주로 하지만 대양에서는 대개 가짜 미끼를 끌고 다니는 트롤링을 하거나 수심이 깊은 바다 속의 「바텀 피싱」을 즐긴다.1시간30분 동안 쾌속으로 달려간 리프(Reef)끝에서 수백, 수천마리의 새 떼를 발견했다.리프란 대양의 조류가 만들어낸 천연 방파제를 뜻하는데,리프 주위엔 온갖 고기가 다 모여있다.
한시간 동안에 우리가 건진 고기는 모두 열마리였는데,그 중에서 세마리는 놓치고 일곱마리를 낚아내는데 성공했다.낚아낸 고기의 크기는 대개 약1m였고,무게는 약7㎏이나 됐다.선장은 최소한 열마리는 낚고 가야 한다고 우겼지만 우리는 더 이상 낚시할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호텔로 돌아와 한 마리는 회를 치고,나머지 여섯 마리는 호텔종업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아무 리 큰 고기를 낚아도 문명사회로 가지고 올 방법이 없는 곳이 원시다.
팬코리아여행사 (02)(738)7741.
宋 祐〈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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