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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77) 서울 동작갑 민주당 최영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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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 선생(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김구 선생, 케네디 미 대통령 같은 위인을 존경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지만 나는 정치인 김대중을 존경합니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지금처럼 측근 비리가 있었습니까? 몇몇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대부분 무죄를 받았어요. ‘김대중 사단’이야말로 도덕성으로 무장된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서울 동작갑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를 선언한 최영수(47) 동작지역발전포럼 회장은 “김대중은 IMF 위기를 극복하고, 햇볕정책으로 금강산 여행을 현실로 만든 대통령”이라며 “그의 이념과 철학을 본받아 민족통일로의 웅비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분당을 지켜보면 그를 더 흠모하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해 9월 4일 분당의 이정표가 된 당무회의장에 저도 있었습니다. 당무위원들 모두 2시간 동안 침묵을 지킵디다. 20여 년 청춘을 바친 당이 하루아침에 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참담했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후광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런 심정이었죠.”

최씨는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세력과 자신을 후보로 뽑아 준 당을 버린 건 5천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성토했다. “그의 당선을 위해 발을 동동 굴러가며 열심히 뛰었는데 그 보상이 반개혁자란 낙인”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200년, 300년 된 정당이 나와야 한다”며 앞으로 남은 반생을 민주당의 재건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출현한 정당 중 가장 개혁적이고 깨끗한 당입니다. 말 그대로 ‘클린 정당’이죠. 지금 어렵긴 하지만,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80년대 독재 시절에도 살아남은 정통 민주세력입니다. 그 끈질긴 생명력을 결코 잃지 않을 겁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민주당의 개혁 노선과 관련해선 이 당의 추미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들의 공천혁명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살 길은 열린우리당보다 더 경쟁력 있고, 도덕성·정통성·정체성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후보들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 최영수씨는 “지방의원으로서 쌓은 ‘민생 정치’의 경험을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의정활동에 접목시켜 보고 싶다”고 말했다. 95년 동작구의회 의원에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된 그는 98년 치러진 지방선거 땐 시의원 선거에 나서 한나라당 후보를 3천표 차로 누르고 서울시 의회에 입성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열린우리당의 경선이 혼탁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민주당 기존 조직과 선거 브로커들까지 끼어들어, 선거꾼들이 판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아마 경선 후유증이 클 거예요. 반면 저의 주변엔 50년 정통 민주당을 살리자는 당원들이 결집하고 있습니다.”

경선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는 여론조사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거니와 이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단적으로 상대 당 지지자들이 이른바 역선택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를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를 하려면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낙하산’ 공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평당원들과 눈물젖은 빵도 먹어 보고,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긴 사람이라야 후보 자격이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권오갑 전 차관 등 영입 인사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건 지역에 뿌리가 없는 정치인을, 더 이상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7년간 서울시 의원(동작구)을 지낸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스텝 바이 스텝’ 정석의 코스를 밟아가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지방 의원이 주지사가 되고, 상하원 의원으로도 진출하는 그런 시스템, 그런 문화를 뿌리내려야 합니다. 지방 의회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경험을 쌓고 실력을 검증 받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국회에 들어가면 국회가 많이 달라집니다. 16대 때보다 17대엔 더 많이 들어가야죠. 지방 의회에서의 활동이 국회의원을 충원하는 유력한 코스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의 ‘애마’는 500cc 스쿠터다. 그의 선거구인 동작구는 유난히 산동네·언덕배기가 많다. 이 구릉 지대의 골목길을 그는 스쿠터를 타고 누빈다. 걸어 다녀서는 많은 주민들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의원 시절 시작한 이 순례는 이 지역 주민들에겐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매사에 말이 문제입니다. 말로만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깨끗한 척하는 모 당의 대표는 아들 유학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고, 그 당의 알 만한 모 의원은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습니다. 저는 이번 총선에 나선 후보들 중 가장 깨끗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클린 정당의 클린 후보죠.”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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