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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뮤지컬 정통극"키다리 세여인" 브로드웨이서 인기폭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뮤지컬이 판치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정통연극 한편이 인기리에 공연돼 화제다.웃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건재를 과시해준 『키다리 세 여인』(Three Tal l Women). 80년대초 『세 팔 달린 사나이』의 실패 이후 10여년동안 잊혀졌던 올비가 최근작 『키다리 세 여인』을 통해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평론가들의 호평은 물론이고 흥행에도성공,금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로서의 굳건한 위치를 재삼 확인한 셈이다.
이 작품으로 유진 오닐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세번째 희곡부문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작품은 자서전적 경험을 소재로 쓰여졌다.생후 2개월만에 부잣집에 입양돼 애정과 풍요속에 자랐으나 18세때 동성연애 문제로 집에서 쫓겨나 방랑생활을 했던 과거가 그것이다.
그러나 구지레한 모자간의 불행했던 관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니버설한 한여인의 긴 일생을 파헤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조명한 작품이다.무대.인물묘사.대사 모두가 사실주의적이다.
그러나 올비는 이러한 평범한 어프로치를 하면서도 음악성과 회화성을 극도로 활용한 탁월한 언어구사력과 특유의 극작수법을 통해 주인공(어쩌면 우리 인간 모두)의 부조리하고도 초현실적인내면세계를 얄미울 정도로 재치있게 해부해 내고 있다 .
기억상실증에 걸린 92세의 주인공 노파,그녀의 간호인겸 말동무인 50대초반 여인,그리고 법률 후견인인 20대후반의 여변호사,이 3명이 1막의 등장인물이다.2막에서는 똑같은 「키다리 세 여인」이 주인공의 초년.중년.노년역을 각각 연 기해 보임으로써 원래 모노드라마인 이 연극에 흥미와 버라이어티를 가미,2시간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
1막 끝에서 졸도,산소 마스크를 쓰고 식물인간이 된 주인공을보여주는 것이 2막의 시작이다.그러나 그것은 마네킹을 높여 놓은 것일 뿐 주인공 인생역정이 세 배우의 분담으로 펼쳐진다.이른바 「극중 쿠데타」기법이다.
한 인간의 인생을 놓고 전혀 상이한 인격체로 하여금 단계마다서로 다른 인생관을 갖고 충돌시킴으로써 복합적이고도 다차원적인인간의 존재를 되씹어보게 하고 있다.
주인공 미라 카터의 연기는 압권이다.건망증과 노망,극심한 고독과 정서불안을 리얼하게 그려내다가 막이 바뀌면서 우아하고 정정한 노여인역 연기를 뛰어나게 소화하고 있다.
연출자 로렌스 새커로는 작가 올비가 추구하는 「대사의 음악성과 회화성」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뉴욕=박영서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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