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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문명의 대전환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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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사이버펑크가 밀려오고 있다.컴퓨터.
하이테크로 무장한 채 인터네트등 미증유(未曾有)의 공간에 빠져현실보다 더 강렬한 가상현실을 즐기는 사이버族들이 미래문화를 주도할 태세다.
이들은 이제 단순히 기성에 저항하고 파괴하는 「펑크」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상과 일상의 삶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세상을 변혁시키려 한다.
사이버펑크의 영웅들인 해커는 정보의 공개념을 주창하며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곳곳에서 기존 체제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컴퓨터의 일반화와 함께 컴퓨터 문화를 주도하는 천재들은 우리 청소년들도 즐기고 있는 프로그램과 가상현실을 창조해내고 있다.사이버펑크의 행태는 이미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음악.문학.패션등 전세계의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우리 의식을 바꿔놓기 시작했다.中央日報는 조간화와 함께 컴퓨터시대의 신문화(新文化)「사이버펑크」의 현장을 시리즈로 찾아본다.
4월1일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번화한 곳인 엠바카데로 센터 플라자의 한 공중전화기 주변.
찢어진 청바지로 대표되는「그런지」패션 차림의 젊은이 몇몇이 모여들었다.얼핏보기엔 미국의 보통 젊은이들과 다름 없었다.이들은 잠시 눈빛을 주고 받은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들이 사이버펑크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해커」들이라는 것을알아보긴 쉽지않았다.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서만 접촉해온 해커들끼리 인간적인 만남을갖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이들은 스스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등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해커 나름대로의 윤리와 준칙을 지키는 이들은 현실 공간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예정된 만남이 이뤄지면 종적을 쫓기가 어렵다. 매달 열리는 이러한 모임의 날짜와 장소,공중전화기의 전화번호는 해커들의 소식지인 『季刊 해커 2600』에서 예고된 것.
쉽게 구할 수 없는 이 잡지는 펑크문화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애시베리 거리의「무정부주의 상점」에 어지 럽게 널려있는 언더그라운드 잡지들 틈바구니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다.
성애가 번창하고 콧구멍등에 구멍을 뚫고 문신을 새기는 클리닉이 잔뜩 들어서 있는 헤이트~애시베리 거리의 한 지저분한 카페.엠바카데로 센터 플라자에 나타났던 해커들과 같은 자유분방한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한가운데 놓인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인터네트를 통해 자신의 전자사서함에 들어온 전자우편을 따분한 표정으로 열어본다.
카페 분위기는 사이버펑크의 전범(典範)이 된 영화『블레이드 러너』와 일본 만화영화『아키라』의 첫 장면과 똑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적이고 컬트적 이미지의 현실공간에서 발견되는 모든 장면은 인터네트등 가상의 공동체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이들을 연결하는 통신망,그리고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형성된 가상공간 사이버 스페이스.이곳에선 단순한 정보교환이나 잡담(채팅)만으로 머무르지 않는다.이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사이버펑크」가 창조된다.『정보 소유가 바로 권력』 이라는 현대의금언이 실천되기 때문이다.
인터네트 가입자들이 성경처럼 여기는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케빈 켈리가 주도해「해커총회」가 벌어진 후 이같은해커들의 모임은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현실 공간에서와는 별개로 사이버 스페이스안에서 결속력을 가진엄청난 파워 그룹으로 자라나고 있다.
최근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인터네트에서 가상현실로 실현시키는 프로그램「래버린스(미궁)」를 개발해 화제가 됐던 마크페스(31)를 그의 작업실에 찾아가 만났다.그는 말하자면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는 수많은 천재중 한명이다.
IT大를 중퇴하고 이곳으로 이주한 그는『모뎀이 달린 노트북 컴퓨터 하나만으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누비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컴퓨터 카우보이」들에게 샌프란시스코와 그 앞마당인 실리콘밸리는 정신적 고향』이라고 설명한다.
50년대의 비트족,60년대의 히피족이 들끓었던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90년대에 사이버펑크 인간들이 속속 자라나고 있다.이들은 단순히 기성에 반항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리콘밸리에 널려있는수많은 컴퓨터 회사에서 본격적으로■활약한다.
사이버펑크를 이러한 젊은 층에 폭발적으로 확산시킨 인터네트 사설게시판「웰(WELL)」(캘리포니아 소살리토 소재)과 사이버펑크의 기관지격인「몬도2000」(캘리포니아 버클리 소재)의 본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와 베이브리지를 건너 있다.그러나 컴퓨터 통신은 이제 거대한 다리를 초월해 텔레비전처럼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蔡奎振.權赫柱기자] 문=사이버펑크(Cyberpunk)란 무엇인가.
답=70년대 기존체제에 대한 반항을 부르짖던 펑크문화와 일반화돼가는 컴퓨터 기술이 결합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문화다.원래 인간과 기계가 뒤섞인채 암울한 미래의 뒷골목을 묘사하는 과학소설(SF)의 한 장르를 일컫는 말이었다.컴퓨터를 의미하는 「사이버」라는 접두어와 극단적인 반문화(反文化)의 태도를 의미하는「펑크」라는 말이 결합돼 예술 작품과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세기말의 정신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80년대 중반이후 기성체제가 정보를 독점하는 것에 반발 해 이곳 저곳의 컴퓨터에 감춰진 정보를 빼내는 해커들이 등장했다.60년대 히피,70년대펑크스타일을 이어받은 이들의 문화가 바로 사이버펑크다.
문=해커는 단순히 컴퓨터망의 파괴자인가.
답=흔히 해커라 불리는 것은 어떤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캐내는 「해커」와 자료를 망가트리거나 빼낸 정보를 이용,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크래커」로 나뉜다.해커는「정보는 자유로워지기를원한다」는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아무 리 어렵게 알아낸 정보라도 낱낱이 공개한다.해커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담 너머로 이웃집을 엿보는 정도의 행위일 뿐』이라며「파괴자」인크래커와 분명히 구별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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