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물의신비>12.땃쥐-꼬리에 꼬리물고 사슬처럼 둥지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가장 작은 포유동물인 땃쥐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그래서 땃쥐를 간단히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땃쥐는 작은 생쥐를 닮긴했어도 쥐가 아니고 오히려 두더지나 고슴도치에 가깝다.그래서 분류학적으로 땃쥐는 설치류가 아니고 두더지.고 슴도치와 함께 식충류(食蟲類)로 부른다.쥐를 닮았어도 주둥이가 무척 긴 모습에서 분명히 쥐와는 상당히 다르다.
땃쥐는 눈이 있지만 밝고 어둠 정도만 감지할 뿐 그 나름대로뛰어난 공간지각 능력을 갖고 있다.땃쥐는 양 옆구리에 있는 분비샘에서 분비된 페로몬을 그가 다니는 사냥지역의 풀 줄기 밑에발라놓고 이 냄새에 의해 특정 사냥구역을 찾아 나선다.긴 주둥이의 끝에 달린 코는 예민한 후각능력을 갖고 있다.이 주둥이로풀 밑에서 먹이를 꺼낼 수 있고 좁은 틈에 박혀있는 먹이를 꺼내는 데도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봄이 되면 풀더미나 돌무덤 속에 굴을 파고 둥지를 짓는다.그리고 첫 배를 위한 짝짓기가 시작된다.1개월 정도의 임신기간 후 암컷은 5~7마리의 새끼를 낳는다.새끼는 털이 나있지 않고눈은 감은 채 태어난다.갓 태어난 새끼는 1g도 채 안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빠른 성장을 보여 하루만에 0.4g의 몸무게가 더 늘어난다.이렇게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어미는 매일자신의 몸무게의 두배까지 먹이를 날라와야 하는 바쁜 사냥에 나선다. 둥지가 방해를 받게 되면 땃쥐 어미는 작은 굴을 비우고안전한 곳으로 자기 새끼들을 옮긴다.이런 땃쥐의 양육행동은 매우 인상적이다.갓 태어난 새끼는 어미가 이빨로 새끼의 등 가죽을 물고 옮기지만 새끼가 충분히 성장하게 되면 어미는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새끼를 운반할 수 없다.10일된 새끼들은 어미몸의 3분의2 크기로 자라나기 때문에 이들 새끼를 들어올린다는 것이 어미로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때 어미가 새끼들을 이주시킬 필요가 있게 되면 어미는 새끼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긴 주둥이로 새끼들을 가볍게 찌른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꽁무니를 새끼에게 향한다.첫번째 새끼가 어미의 꼬리기부를 단단히 물고 두번째 새궉는 자기 형제의 같은부위를 문다.이런 식으로 땃쥐 가족은 사슬을 형성해 위험에 처한 둥지를 빠져나간다.긴 사슬을 형성한 채 어려운 장애물도 넘는다.땃쥐의 이런 기상천외한 새끼운반행동은 학습이 아닌 선천적인 행동이다.
생후2주 정도면 새끼들은 엄마를 따라 사냥을 나가지만 스스로먹이를 잡지않고 엄마가 잡은 먹이를 먹기 위해 서로 싸운다.3~4주가 되면 새끼들은 자기가 살던 가족을 떠나 자신들의 사냥터를 찾는다.
그러나 어미는 다시 그 곳에 머물러 계속해서 4~5배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이런 땃쥐의 높은 출생률은 땃쥐의 일생이 1년에서 1년반 밖에 살지 못하며 또 새끼의 사망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몸의 크기가 작은 땃쥐는 엄청난대식가임에 틀림없다.그래서 땃쥐는 솔잎혹파리 천적으로 최적자인것으로 이미 외국에서는 보고된 바 있다.
朴是龍〈한국교원대교수.동물행동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