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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900돌파…외국인 돈 밀물, 개인은 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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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체감 경기는 여전히 썰렁한 가운데 증시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일 종합주가지수가 22개월여 만에 900선을 돌파한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은 399조2740억원을 기록했다. 1993년 11월 100조원을 돌파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상승 장세의 원동력은 외국인 투자자의 거침없는 '바이 코리아' 열기다. 외국인은 올 들어 7조174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지난해 5월 이후 연속 순매수 규모도 사상최고 수준인 2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칠 줄 모르는 외국인=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발적 매수세의 최대 원인을 미국에 몰려있던 국제 자본의 해외 분산투자로 풀이하고 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 유동원 상무는 "달러 약세와 저금리 기조가 국제 자본의 이동을 촉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수혜를 보고 있는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인도.브라질 등 신흥경제권에 국제자본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정보기술(IT)산업의 선도기업이 국내에 포진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사들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내수 침체와 관계없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도 주가가 싼 국내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활황에서 소외된 개인=이와 대조적으로 증시가 활황세를 타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던 개인 투자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한 4일에도 증시를 빠져나갔다. 고객예탁금은 1년 전과 다름없는 9조원대에 머물고 있고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7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객장을 찾는 신규 고객들도 없다. 하나증권 전병국 명동지점장은 "과거 상승 장세 때는 800선 전후에서 40대 전후의 중산층 개인 자금이 물밀듯 유입됐으나 이번엔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며 "2~3년간 지속된 아파트 투자열풍으로 중산층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UBS증권 장영우 전무는 "외국인이 이제는 LG.삼성물산 등 덜 오른 대형 저가주로 매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개인들의 매수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상반기 중 1000선 돌파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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