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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칼럼>모래시계세대와 X세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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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中央日報의 국민의식조사에서 나타난 20대의 파괴적(?)가치관은 기성세대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그런가하면 각종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20대의 여당성향과 30대의 돌출적 비판성향 또한 사회적 주목거리가 되고 있다.
어느 시대,어느 사회에나 세대차이는 있는 법이고 젊은 세대의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이 기성세대의 눈에는 튀고,이질적이게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의 20대와 30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 정도에 있어서나 성격에 있어서 그런 일반적인 추세 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
中央日報의 의식조사에서 20대는 전통적 결혼관.가족제도.性관념.윤리의식을 강하게 거부하는「가치파괴」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그런가하면 이들은 정치의식면에서도 파격적이어서「젊을수록 야당성향」이란 공식을 깨고 40대에 버금가게 여당성 향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30대는 또다른 의미에서 돌출적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정치의식은 20대보다도 비판적이고 진보적이다.어느 여론조사에서나 남북관계.노동운동.개혁등 이데올로기와 관계되는 모든문제에선 우리 사회의 비판적.진보적 사고를 가장 앞장 서 대변하고 있다.따라서 야당성향도 가장 강하고 입장이 분명해 부동층의 비율도 가장 낮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이런 두 세대의 돌출적 의식에 무관심해이따금 표출되는 일탈적(逸脫的)행동에 눈살이나 찌푸리는 게 고작이었다.그러나 현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정치권은 벌써부터 이에 주목해왔다.신세대의 사고방식과 취향 을 익히기 위해 그들과 합숙훈련까지 가진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싫든 좋든 기성세대들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내일」은20,30대의 것이라는 점이다.현재도 이들은 유권자의 60%를차지하고 있다.이렇게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보아도 신.구세대의 헤게모니 싸움 결과는 앞이 훤히 내다 보인다.
그러나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은「신세대」「X세대」,그리고「신인간」으로도 불리는 20대와 TV드라마『모래시계』열풍때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던 30대「민중세대」「모래시계세대」간의 의식단층(斷層)이 앞으로 어떻게 접합되고 그것 이 어떤 미래를 그려낼까 하는 점이다.20,30대와 40대이상 기성세대간보다도 20대와 30대가 정치.사회의식면에서 더 큰 간격을 보이고 있는 특이한 현상은 아마도 우리 사회말고는 또 없을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런 20대와 30대간의 특이한 의식단층은 그들이 겪어야 했던 판이하게 다른 역사적.사회적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20대는 정치적 측면에서는 사회주의권의몰락과 권위주의 정권의 퇴장,학생운동의 쇠락속에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후기 자본주의적「소비시대」가 개화되는 속에서 성년을 맞았다.반면 30대는 저 격렬했던 정치적 질풍노도(疾風怒濤)의시대와 전기 자본주의적「생산시대」의 모순이 첨예화한 상황에서 20대를 보낸 세대다.이런 성장 배경의 차이가 인구학적으로는 같은 두 세대를,의식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는 각기 다른「사회적 세대」로 만들어 준 것이다.
과연「민중민주주의」를 신봉했던 30대와 이른바「코카콜라 민주주의」에 매혹되고 있는 20대는 같은 내일의 주인공으로서 언제어떻게 연대할 것이며 어떤 정치像을 만들어 낼 것인가.
공동체적 삶을 이상(理想)으로 삼았던 생산시대의 막내와 개인주의적 소비시대의 맏이가 함께 그려내는 경제像은 또 어떤 그림이 될 것인가.조만간 이들 두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될 수밖에없는 터인지라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세대의 의식이 돌출적으로 된데는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다.지난 60년대와 70년대에 있어서 미국(美國)이나 서구(西歐),일본(日本)에서도 젊은이들에 의한 급진적 개혁운동이나 反문화운동이 있었지만 그것은 세월이 감에 따라 기성체제에 자연스레 흡수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엔 그것이 여전히 30대의 돌출적 비판의식으로 남아있고 이에 더해 이제 20대의 단층적.기존가치 파괴적새 가치관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비난하거나 비관할 것까지는 없다.30대의 이성적 비판력과 20대의 감성적 잠재력의 폭발은 사회발전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문제는 기성세대가 보수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그것을 수용할 탄력적 체제를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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