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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대교 아치 그렇게 붉을 줄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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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득영씨가 헬기를 타고 상공에서 찍은 한강대교. 다리 중간에 노들섬이 보인다.

자신이 찍은 한강다리 사진 앞에 서있는 이득영씨. [사진=김형수 기자]

“한강 상공에 처음 올라갔을 때 ‘와! 이렇구나’ 감탄이 나왔어요. 방화대교 아치가 그렇게 붉은 줄 몰랐어요. 올림픽대교 횃불 조형물도 시선을 확 잡아끌더라고요.”

이득영(44)씨는 하늘에서 한강 다리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해 10~11월 두 달에 걸쳐 한강에 있는 25개 다리 ‘증명사진’을 찍었다. GPS 좌표를 파악하고, 한강 다리 중간 지점의 평균 1000m 상공에서 셔터를 눌렀다.

이씨는 “서울시·건설교통부에 문의했더니 ‘한강 다리만 찍은 항공사진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나라에선 첫 한강 다리 항공사진가”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인 이씨는 2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어왔다. 하지만 항공사진을 찍기로 작정하고 헬기 업체를 접촉하기 전까지 항공사진 촬영이 얼마나 복잡한지 몰랐다.

시내 중심부의 P73A 지역(청와대 상공을 뜻함)에 접근하려면 청와대 경호원을 헬기에 태워야 하며, 한 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허가 없이 P73A 에 들어가면 격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헬기 밑바닥에 카메라(캐논 1DS MarkⅡ)를 장착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또 다른 걸림돌도 많았다. 우선 날씨였다. 비행 24시간 전에는 군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일기예보를 믿고 비행을 시작했다 30분 만에 내려온 적도 있다. 김포대교처럼 길이 2㎞가 넘는 다리를 찍으려고 2000m 상공으로 올라가면,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높은 고도 때문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군 당국의 검열이 기다렸다. 사진에 담아선 안 되는 군사시설이 포함돼 있으면 어김없이 삭제를 당했다.

이렇다 보니 헬기 임대료(시간당 180만원)도 예상보다 많이 나갔다. ‘얼마를 썼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 알아선 곤란하다”며 답을 피했다.

왜 한강일까. 이씨는 한강변인 서울 가양동에서 태어나, 한강변인 잠실에 병원을 열었고, 현재 한강변인 구의동에 산다. 대학 시절 카메라에 재미를 붙인 이후로 쉬지 않고 틈날 때마다 사진을 찍고 있다. 그래서 ‘치과의사’보다는 ‘사진작가’로 소개되길 원한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소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취미쯤으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여겨져 제 작품이 평가절하되는 것이 싫어서요.”

그의 한강 다리 사진은 22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창성동의 갤러리 ‘쿤스트독’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글=성시윤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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