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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車가진게 罪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올 해는 분명 승용차 「수난(受難)시대」다.3월초 10부제 전격 실시와 함께 도심주차료.교통위반 범칙금이 거의 두배나 올랐다.4월에는 검사수수료가 20%나 오르고 요즘은 또 보험료가들썩이고 있다.내년에는 도심통행료도 받겠다고 발 표했다.
버스전용차선제는 원래 서울시 당국이 지난해부터 실익(實益)이있는 도심 한 두군데 도로에만 조심스럽게 실시해 왔다.그러나 올해는 서울시 전 도로에 말 그대로 「과감히」실시되고 있다.버스전용차선 「신드롬」이다.지방 대도시는 물론 심 지어는 주말 고속도로에까지 번지고 있다.이러다간 승용차를 사지 말라는 당국의 명령(?)도 나올 법하다.
승용차 타는 사람들은 정부의 「구박」이 너무 심하다는 불만이다.승객을 한명도 안태운 택시,출퇴근시간대가 아니면 텅텅 비는시내버스,화물도 안 실은 화물차,운전자 혼자 탄 소형버스가 도로를 메우는 데는 무책(無策)으로 일관하는 정부 가 왜 유독 승용차만 닦달하느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이런 항변을 하는 사람도 극소수일 뿐 대부분의 승용차운전자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그런 무언(無言)의 항변을속에 품은 사람들이 서울시의 경우 전체가구의 절반이나 된다.
서울시 전체가구의 절반이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언제까지 불만을 이처럼 계속 잠재(潛在)한 채 조용할 수 있을는지 궁금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승용차 타는 사람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1902년부터 시작됐다.당시 1천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 정부의 「승용차 이용을 제한하려는 법」에 대항했다.그 때 결성한 AAA(미국승용차소유자협회)는 지금은 회원수가 미국.캐나 다 전역에 2천만명이 넘는 막강한 압력단체다.
영국정부는 최근 런던시내 혼잡통행료 부과방안을 놓고 3년동안3백만 파운드(약 37억원)나 들여 연구했다.그러나 시행여부는「운전자들이 싫어 할 것」을 정부가 우려해 오리무중이다.
우리의 경우 중산층의 승용차 보유역사는 기껏해야 10년도 안된다.그런데도 정부의 승용차 정책은 수십년을 승용차와 함께 살아온 다른 나라보다 강하고,또 권위적이다.특히 요즘 정부가 펴는 승용차 정책의 대부분은 「최근 중산층이 된 계 층」을 겨냥하고 있다.수십년을 기다려온 「마이 카」꿈을 정부가 「봉」취급하는건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지금 얼마 안남은 지방자치선거로 어수선하다.이런때 급조한 「승용차 정책」을 계속 남발하는 건 보기에도 어색하다.서울시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는 「스마트카드」를이용한 혼잡통행료 징수기술은 아직 개발에 성공한 나라도 없다.
주말고속도로는 오히려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승용차가 우선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승용차를 「무조건」못다니게 하기 보다는 승용차로 오지 않아도될 곳에 승용차를 못오게 하는 정책이 더 논리에 맞는다.한번 더 생각해야 할 이런 정책들을 요즘 정부가 계속 내놓고 있다.
몇 달 더 기다렸다가 정말 민주적으로 여러 사람 이 함께 의논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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