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책·감독 한손에 쥔 ‘금융 소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그래픽 크게보기>

옛 재무부나 재정경제원의 공무원들은 금융정책 업무를 해야만 승진과 출세가 보장되는 ‘정통 재무관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재경원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인허가 업무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재경부 금융정책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하지만 10년이 흘러 재무관료들은 금융위원회의 신설을 통해 옛 영화를 다시 꿈꾸게 됐다. 금융 관련 정책·감독 권한이 금융위원회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권한이 커지면서 수많은 인사가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새 정부 출범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내정자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금감원 분열 봉합=금융위가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던 금감위와 금감원의 반목이 심했다. 금융위에 금융감독 업무는 물론 조직·예산·인사권까지 고스란히 넘겨주게 된 금감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국회 앞 시위까지 벌이며 반발했다. 20일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합의했지만 신설 금융위와 금감원의 쟁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국회 재정경제위 소위원회가 21일 추가 회의를 열고 가까스로 두 기관의 마찰을 봉합했다.

그러나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독립적인 감독·검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규정의 제·개정권, 조직·예산권 등이 꼭 필요한데 끝내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불협화음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얘기다.

◇막강 파워의 금융위원장=그동안 재경부의 금융정책국은 법·시행령의 제·개정권을 가지고 금융산업의 골격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금융 허브 정책도 재경부의 권한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권한이 모두 금융위원장에게 이관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장은 재경부의 산하기관이던 산업은행·기업은행·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한국투자공사 등에 대한 지휘권도 확보했다.

감독 규정의 제·개정권, 금융회사의 인허가 등 금감위가 금감원에 위임했던 권한도 금융위가 행사한다. 게다가 금융위원장은 금감원 부원장에 대한 임명권, 금감원에 대한 지도·감독권, 금감원의 조직·예산 승인권도 갖는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두원 교수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위기 대응 측면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건 일면 타당하다”며 “다만 지나친 권한 비대화로 자칫 관치 금융의 폐해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못 정한 위원장 자리=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아직 위원장 내정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평만 무성할 뿐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은 각료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도 인선 지연의 요인으로 꼽힌다. 인수위는 민간인 출신을 금융위원장에 앉히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 김석동 재경부 차관 등이 거론됐지만 민간인 선발 방침에 적합하지 않다. 비관료로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백용호 이화여대 정책대학원 교수 등 민간인 출신이 거론됐다.

하지만 민간인이 초대 금융위원장이 될 경우 조직 장악력, 비전문성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인수위의 걱정이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