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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호텔 한국인 관광객 "노생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3월초 파리시내의 한 유명호텔은 앞으로 한국의 단체손님은사절하겠다고 공언했다. 호텔측의 설명은 이렇다. 3일동안 60여명의손님이 투숙하면서 곳곳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바람에 호텔안이 온통 이상한 냄새로 진동했다. 또 그 찌꺼기를 마구 변기에버려 막히는 소동도 있었지만 참았다.
이 손님들이 떠난뒤 객실은 가관이었다.비치돼 있던 비누.샴푸.구둣솔은 물론 재떨이까지 몽당 들고 간 방도 많았지만 종종있던 「기념품 수거」로 이해했다.
그러나 5만여원씩하는 샤워가운 20여개가 없어진데는 더 이상참을 수 없었다.「필요한 사람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샤워실앞에 붙여놓았는데 떠나면 그만이라고 슬쩍했다는 것이다.
호텔측은 변상은 요구하지 않았지만 한국대사관에 항의하는 한편한국의 단체손님이 돈벌이는 될 지 모르지만 더 이상 필요없다고간접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했다.교민들도 고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에게 볼멘소리를 뱉어내긴 마찬가지다.
고작 1만명에 불과한 프랑스 한인사회에서 85%정도를 차지하는 학생과 상사주재원을 빼면 주로 식당업을 하는 소수의 교민들이 한국의 단체관광객들과 가장 접촉이 많은 편이다.
파리의 K한인식당 주인 李모(63)씨는 이 손님들만 들이닥치면 식당이 순식간에 야유회 놀이터로 변하는 바람에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고국에서 마련해온 갖가지 밑반찬을 꺼내는 것까지는 입맛이 까다로운 한국인들에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을 느껴 넘길 수 있다.
외국 손님들에게 창피할 정도의 소음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빼놓지않고 가져오는 필수품인 팩소주가 문제다.엄연히 진로소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팩소주를 꺼내 잔을 요구하며 들이켜대는 것이다.
소주가 귀해 한병에 1백프랑(1만5천원)으로 한국물가에 비해비싸 알뜰관광을 하자는 뜻이거나 소주가 없다는 잘못된 소문때문일 수도 있다.
李씨는 『서울에서도 식당안에 술을 가지고 가 먹을 수 있습니까.버젓한 식당에 왔으면 조금 비싸더라도 식당의 술을 시켜먹는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사실 슈퍼마켓에서 3천원하는 포도주 한병도 프랑스 식당에 가면 1백프랑 이상 호가한다는 현지 물가실정을 감안하면 수입소주로 그다지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고는 볼 수 없다.
고국의 단체관광객들이 이젠 커진 경제력만큼 국제적인 매너도 길러주길 교민들은 입을 모아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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