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지은 자미 아스리 볼키아 모스크. 석양 무렵이면 검푸른 하늘과 금빛 돔이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 낸다.
브루나이=글·사진 이영희 기자
손 닿는 곳마다 금, 엠파이어 호텔
브루나이는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자주 비교된다. 둘 다 작지만 풍요로운 무슬림 국가인데다 ‘버즈 알 아랍’(아랍에미리트)과 ‘엠파이어’(브루나이)라는, 나라를 대표하는 7성급 호텔이 있기 때문이다. 브루나이 수도 중심에 있는 엠파이어 호텔은 본래 왕실 영빈관으로 설계됐다가 2000년에 호텔로 문을 열었다. 호텔 벽면과 기둥은 번쩍이는 순금으로 장식돼 있고, 호텔 곳곳에 놓인 가구들 역시 특별 주문된 명품이란다. 세계 고급호텔의 현대식 인테리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매력이 색다르다.
호텔 내 즐길거리 가득
엠파이어 호텔에 속한 골프 코스인 ‘엠파이어 CC’는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로스가 설계했다. 자연을 최대한 살린 18홀의 코스를 돌다 보면 정글과 호수, 바다 너머로 지는 석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오고 싶어 한다는 ‘꿈의 코스’다.
완벽한 휴식을 원한다면 호텔의 각종 부대시설을 100% 이용하는 게 좋다. 호텔 투숙객 전용으로 꾸며진 프라이빗 비치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제트스키 등의 수상레포츠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카누·카약 등을 탈 수 있는 야외 풀과 다양한 코스가 준비된 스파는 기본이다. 상영관이 3개인 호텔 전용 극장에서는 한국에서도 개봉이 안 된 할리우드 신작 영화를 상영한다. 스쿼시·농구·배드민턴 등을 즐길 수 있는 널찍한 스포츠센터도 최고급 시설로 꾸며졌다. 호텔 전체 면적이 180만㎡로, 어디를 가나 붐비지 않고 한산하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시내 풍경
호텔이 따분하다면 반다르세리베가완 시내로 나가보자. 깨끗한 도심 구석구석에 볼거리가 많다. 석양을 받아 빛나는 모스크가 이 나라가 이슬람국가임을 말해준다. 시내 중심에 있는 자미 아스리 볼키아 모스크는 지금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지었다. 자신이 29대 국왕임을 알리기 위해 29개의 금빛 돔을 세웠는데 여기에 들어간 금이 25t이란다. 모스크 내부는 기도시간이 아니면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개방한다. 들어갈 때 종교적 장소인 만큼 노출이 심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브루나이를 소개하는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오마르 알리 사이푸틴 모스크는 아쉽게도 보수 중이다.
잘사는 나라답게 깔끔하게 꾸며진 도심은 편안한 느낌이다. 아야산 쇼핑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순박하고 온화하다. 동남아를 휩쓸고 간 한류 열풍은 이 조그만 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시내 비디오숍에는 한국 드라마가 코너 가득 진열돼 있고 ‘코리아에서 왔다’는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해가 지면 야시장이 깨어난다. 전형적인 동남아 국가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천연 밀림을 가로지르는 템부롱 국립공원 트레킹은 열대의 자연을 온몸으로 만나는 길이다. 3만2000명이 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상가옥촌인 ‘캄퐁 아예르’에서는 브루나이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Tip
■ 통화=브루나이 달러(BND)와 싱가포르 달러(SGD)가 1대1 가치로 통용된다(1BND=1SGD=약 670원). 한국에서는 브루나이 달러로 환전이 안 되기 때문에 싱가포르 달러로 바꿔 가야 한다. 미국 달러는 현지 호텔에서 환전할 수 있다.
■ 주의할 점=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호텔 내에서도 술을 팔지 않는다. 관광객들에게는 1인당 맥주 12캔, 양주 2병까지 반입을 허용하니 애주가라면 술을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브루나이는 아직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나라는 아니다.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으니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는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