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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非擴散 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스파이소설을 방불케하는 비밀작전이 지난해 11월 대서양상공에서 펼쳐졌다.미국(美國)의 핵기술자들이 군수송기 2대에 나눠타고 옛 소련(蘇聯)카자흐의 한 민간 핵기지로 가 고농축우라늄 6백㎏을 날라왔다.핵폭탄 20개 분량이다.군용기는 델라웨어의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공중에서 재급유를 받았다.핵저장소에 안착한 다음날 미국정부는 이 작전을 공개했다.작전의 암호는 「사파이어」,「보석」공수작전이었다.암시장이나 테러집단,은밀히 핵보유를 추진하는 정부들에 대한 첫 차 단작전이었다.
「고삐풀린 핵」이 냉전이후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핵은 과연 위협의 실체인가.영국(英國)의 루이스 마운트배턴 前해군사령관의 고백이 재미있다.그는 『반세기동안 봉직한 군인으로 솔직히말해 핵무기경쟁은 실제 군사적 용도에는 아무 쓸 모없다』고 했다.『전쟁을 핵무기로 치를 순 없다.그 보유가 갖는 환상이 상대방에게 겁을 더할 뿐』이라고 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보유게임」이「핵문제」의 실체다.핵폭탄이 실제 터진 것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곳 뿐이었다.
원폭투하 이전에 일본은 이미 항전(抗戰) 기력을 잃었다.「시험용」으로 일부러 터트렸다는 고백도 나온다.경제학의 게임이론 역시 이 핵보유국간의 전략게임에서 시작됐다.70년초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5개국「핵클럽」과 여타 비핵(非核)국간의「대흥정」이었다.흥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핵클럽은 핵제거에 소극적이었다.핵의 제거는 곧 강대국 지위의상실이다.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무법자」고,이란.이라크.시리아.리비아등은「문턱국가」다.17일부터 유엔에서 NPT의 영구화내지 추가연장을 위한 회의가 시작된다.
25년만의 회의에 임하는 입장들은「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미 국등의 조약 영구화 시도에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핵을 가진 한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선다.
미국이 북한(北韓)에 공(功)을 들여온 것도 이 NPT 때문이었다.그러나 위반국에 보상해 줌으로써 조약정신을 위배했다는 질타가 따르고,조건부 보상을 노리는「북한망령」도 설친다고 한다.한국(韓國)은 76년 미국의 압력잊로 핵개발을 포기한 것으로알려져있다.
개발포기가 곧 게임의 포기일 수는 없다.북한경수로와 관련,한국의「일관되고 체계적인 전략부재」를 탓하는 소리가 미국 관변(官邊)에서조차 흘러나오고 있는 사정이 왠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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