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달러위기,올것이 왔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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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 화폐경제에 군림하던 달러가 그 위력을 잃고 국제통화의 권좌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85년부터 달러의 엔화가격이 연평균 13.8%의 속도로 하락하더니금년들어 불과 3개월만에 13%나 폭락했고 관계 정부의 응급조치가 있었지만 하락세의 근본치유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필자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경제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한 달러 가치는 점점 하락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 파국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과연 올 것이 온 것이다.
미국이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감축하지 않는 한 무역적자를 줄일수 없다는 것은 경제학의 초보지식에 속하는 일이었다.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높은 국내 저축률이 정부의 재정적자를 상계할 수 있다면 무역적자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그 러나 과소비의나라인 미국에서는 개인저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의과다지출은 수출을 초과하는 수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미국 정부 당국자나 지식인들이 이 이치를 잘 알면서도 오늘까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에는 대략 두 가지 이유가있다. 첫째는 정치인들의 무책임이다.재정적자를 해소하자면 세출을 삭감하든가 세금을 올려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양쪽이 다같이 투표자들에게 인기 없는 정책들이다.만약 78년 오일 쇼크 당시에 휘발유세를 10%만 더 올렸더라도 미국의 재 정적자는 사라졌을 것이다.그러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오히려 각종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그 논리인즉,세율을 내리면 투자가 촉진되고 경제가 활성화돼 세금의 자연 증수(增收)가 있게 되고 따라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는 것이었다.그러나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세출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무성했지만 다양한 정치적 저항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결국 적자재정은 오늘까지 계속되었고 작년에도 약 2천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최근 일부 의원들이 예산균형화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되고 말았고이것이 달러 붕괴의 도화선(導火線)이 되었다는 관측도 있다.또하나의 이유는 달러가 국제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된다.달러는 세계화폐의 구실을 해왔으므로 달러에 대한 국외의 수요와 선호(選好)가 지속되는 한 미국은 무역적자나 외채상환을자국통화로 결제하면 그만이고 다만 이자를 무는 문제만이 남게 된다.이러한 사정 하에서 해외에 6천억달러 이상 순채무를 지게되었지만 미국 정치인들은 재정적자나 국내저축부족을 강 건너 불처럼 보아왔고,무 역적자에 대해선 주로 일본과 한국등 보호장벽이 주인(主因)이라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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