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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이태백에게 고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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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문제라지만 취업자들도 나름의 고민으로 머리가 아프다. 합격통지의 기쁨은 잠시... 아무리 소망하던 일이라도 막상 하다보면 또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독한 말 퍼붓는 상사의 면전에다 하루에도 열댓번 사표를 날리고 싶지만 결국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유혹에 굴복하기 마련이고 고민은 계속된다.

"이 회사와 내 업무가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직장을 관두고 공부를 다시 해볼까?" "다른 곳으로 옮겨볼까?" "공무원이 안정적이라는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현실을 박차지 못하는 것은 결국 '꿈'을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 진실로 되고 싶은게 없기 때문이다.

꿈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성을 고하는 한사람의 글이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다. 인디밴드 황신혜밴드의 리드 김형태씨가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thegim.com/)올라온 한 20대 청년의 진로 고민에 대한 조언의 글이 바로 그것.

20대가 왜 그렇게 취직하기가 어려운 줄 아십니까? 20대들이 정확히 하고 싶은 일이 없고, 확실하게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겁은 많아서 실패는 무진장 두려워 하고, 무엇이든 보상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절대 시작도 하지 않으며 눈은 높아서 자기가 하는 일도, 주변의 현실들도 모두 못마땅하고, 시시껄렁하고, 옛날 사람들처럼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하는 것은 할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떡하면 편하고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벌수 있을까만 궁리합니다.

(중략)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저걸 하면 배고플 거 같고, 이걸하면 잘 된다는 보장은 없고 돈도 벌고싶으니 취직도 하고싶은데 직장은 재미없을 것 같고.... 대체 뭘 하고싶다는 것입니까.

(중략) '하고싶은 건 많지만 고생해가면서 까지 꼭 해야할 건 아니고, 그냥 먹고살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도 않거니와 또 시시할 거 같아요'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회사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중략) 남탓, 시대탓, 환경 탓하는 것만큼 구제불능의 바보는 없습니다. 꿈과 희망이란, "나도 저 누군가처럼 될테다." 하는 동경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당신들의 큰 바위 얼굴은 누구입니까? 그런 게 있습니까? 오직, 자기자신과 돈에 대한 동경만 있지않은가요?

(중략) 섣불리 결정했다가 나중에 후회할까 두렵다고요? 왜 해보지도 않은 일을 후회할 걱정부터 합니까? 보지도 않은 영화를 재미없을까봐 포기하고, 가보지도 않은 여행지에 볼 게 없을까봐 안 가기로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없을까봐 안 먹고... 사는 건 대체 뭘까요?

(중략) 나이먹고 알고보면, 세상은 어른들의 세계입니다. 그렇게 30년 줄기차게 정진해서 60가까이에 걸작을 하나 남길 수 있다면, 당신은 최고로 멋진 인생을 산 것입니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가치가 있으며, 결과까지도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이거든요. '인생은 60부터' 란 말에는 삶의 커다란 진실이 있습니다.

매서울 만치 혹독한 충고가 이어지는 이 글은 각종 커뮤니티와 카페 게시판, 블로그를 통해 전파되어 많은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았다. 물론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분들도 있었다. 심각한 실업률이 개인의 나태함과 의지박약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경제불황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부실경영과 방만한 운영의 기업들...

논란이 일면서 김형태씨는 '이태백에게 드리는 새글'이라는 제목으로 다시한번 글을 올렸다. 국가적·구조적인 많은 문제들로 인해 지금의 젊은이들이 피해자인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지전능한 신이 그대들을 구제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스스로가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다.

한편 글의 인기를 타고 김형태씨의 홈페이지 카운셀링 코너에는 충고를 바라는 고민男女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 가수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부터 내성적인 성격,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까지 저마다 혼자서 끙끙 앓던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출처 : 김형태씨 홈페이지 (http://www.thegim.com/), 카운셀링 코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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