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旬작가 유영국 13년만에 개인전-갤러리현대서 26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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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초록 대지와 검붉은 밤하늘을 달처럼 환하게 비추고 있는 선명한노란빛의 산」(『무제』,1967년작).
「자주.보라.남색의 서로 다른 색상의 삼각형이 평면적으로 배치되고 겹쳐지면서 주황색의 역삼각형과 선명한 대비를 보이는 구도」(『무제』,1988년작).
강렬한 색면대비와 차가운 기하학적 구도로 잘 알려진 원로 서양화가 유영국(劉永國.79)씨의 작품전 「유영국,1965~1990」이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있다.이번 전시는 미술대전,세계현대미술제등에 드문드문 작품을 내놓았을뿐 82년 이 후 한번도 개인전을 갖지 않았던 劉씨가 13년만에 연 전시로서 그간의 작품 변화를 한눈에 볼수있는 좋은 기회다.
「유영국,1965~1990」전은 전시제목에서도 알수있듯이 劉씨가 가장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벌였던 65년부터 90년까지의 시기별 대표작 17점을 전시하고 있다.이 가운데 60호짜리 두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1백호 이상의 대작들로 25 년동안 발표된 작가의 전 작품 중 劉씨만의 독특한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을 보여주기위해 작가 소장품 외에 개인소장품도 일부 빌려서 전시하고있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인 65년은 뜨거운 색조가 주조를 이루며 추상표현주의적 성격을 띄었던 이전의 작업에서,보다 기본적인 형태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해이다.이때부터 劉씨의트레이드마크인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색면들이 강한 원색대비를 이루고 있는「산」이미지가 여러 모양으로 반복해 등장한다.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울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자연스럽게 떠올린 주제라 할수있다.70년대 초반에는 한옥의 전통창살이나 기와지붕이 연상되는 대각선들이 결합 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나무』(1979)는 劉씨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차가운 직선이 아니라 완만한 타원형이중심을 이루고있어 또다른 맛을 느끼게한다.나무형태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려진 이 작품에서도 선명한 색채감각만은 여전하다.
劉씨는『현대미술』 89년 가을호에 실린 「작가연구」에서『주제가 무엇이든 그림은 결국 색채』라며 『색채를 제대로 표현하려면형태가 뚜렷해야한다』고 주장했다.그의 뛰어난 색감은 결국 간결한 면분할에서부터 나올수 있었다고 볼수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전시에 맞춰 제작된 유영국의 아트포스터가 원작과 함께 나란히 전시된다는 것.6개월 전부터 이 아트포스터를 준비해온 갤러리현대는 당초 전시작 17점 전부를 내놓을 생각으로 한국과 미국의 인쇄업체에서 나누어 수차례에 걸쳐 제작을 시도했으나 일부 포스터의 인쇄 상태가 원작의 색상과조금씩 차이가 나서 모두 파기하고 7점만 각각 1천장씩 찍었다.이번에 선보이는 아트포스터들은 작가의 붓터치까지 그대로 나타나있는 원작에 매우 근접한 것들로 작가 본인도 매우 만족해한다고 한다.
갤러리현대의 박명자(朴明子)씨는『세계적인 아트 페어(Art Fair)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포스터를 만들기위해 완벽을 기했다』며『앞으로 장욱진.김환기.박수근 화백의 아트포스터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계속된다.((734)8215)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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