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영어 사교육 현주소 - 영어 초과투자가 미래 투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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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프리미엄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영어 교육과 영어학습 방법론에 대해 사교육 현장의 전문가들로부터 제언을 듣는다. 그 첫 시리즈로 강남 영어 사교육 현장에서 10여년간 어학원과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허정윤 압구정어학원장의 ‘영어교육이 미래 전략이다’ 칼럼을 3회에 걸쳐 싣는다.

최근 들어 영어 능력에 의해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는 이른바 ‘English Divid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변호사라도 영어에 능통한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 특채돼 FTA 관련 국제통상업무나 다국적기업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반면, 영어를 못하는 변호사는 서초동 법원근처 이혼·교통사고 전문 업무를 맡는 것이 현실이다. 배우고 힘있고 ‘빽’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녀의 영어교육에 힘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남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강남구 내 영어 어학원 233개 중 압구정동(신사동)과 대치동에 절반 가량인 110여 개가 몰려 있다. 소위 ‘있는’ 부모일수록 자식을 국내외 명문대로 진학시키려고 영어교육에 더욱 과감한 투자를 한다는 증거다.
‘부의 대물림’을 위해 충분한 부를 쌓았거나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 교육을 통해 신분 상승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녀 영어교육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 기사에 영어 사교육비를 계산한 내용이 실렸다. 영어유치원을 2년 마치고 초등학교 때 영어학원과 영어학습지 외에 미국 여름방학 캠프 4주짜리 2번 정도를 보내는 경우, 한 학생당 총 964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었다.
북미지역 관리형 유학을 2년 정도 내보내기까지 하면 영어교육에만 약 2억원이 든다고 했다. 영어 사교육비 15조원 시대. 대한민국 1년 교육 예산 35조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돈이 영어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는 숫자가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이런 수치를 접할 때마다 대한민국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걸까? 학부모들이 현재의 영어 공교육만으로는 뭔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해석을 하게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돈이 없어서 자식의 영어교육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구슬이 서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뒤집으면, 일단 출발선은 똑같다는 의미다.
어떻게 잘 꿰느냐에 따라 보배가 될 수도, 그대로 구슬로 남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녀 교육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한 학부모는 “가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두 아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있는 집 애들은 다 하고있어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영어 사교육을 시킨다”고 말했다.

강남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영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내 아이만은 남들보다 특별하게 키우겠다는 젊은 부모들의 경쟁심이 맞물리면서, 영어교육의 초과투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남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자녀의 영어 실력 향상은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미래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 발표한 영어교육정책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www.hellohuh.com
허 정 윤
압구정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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