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규모파업 왜 계속되나-실업위기 끝 임금올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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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가 대규모 파업 열풍에 시달리고 있다.대중교통등 공기업에 이어 민간기업 분야에서도 업종을 불문하고 크고 작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파업대열에 합류,임금인상 투쟁이 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공기업에서는 우체국.국세청.관세청.문화재관리국등이,사기업에서는 엘프(정유).미슐랭(타이어).르노(자동차).생 고뱅(유리).론 풀랑(제약).에어 앵테르(항공)등이 임금협상 진통을 겪으며 파업을 벌이고 있거나 곧 벌일 예정이다.대기업 외에 수많은중소기업들도 임금인상과 근무시간 단축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전국적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실정이다.
파업 선풍에는 무엇보다 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다.침체의 늪에허덕이던 프랑스 기업들은 지난해를 계기로 회복세로 돌아서 13%대를 육박했던 실업률이 최근 12.4%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실업구제와 고용확보 명분에 눌려 임금인상을 자제했던 봉급생활자들이 이익의 정당한 분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인력감축에 의존하던 기업들의 생존전략도 대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업종에 따라선 인력난까지 나타나는 현 상도 봉급생활자들의 자신감을 부추기는 배경이 됐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타이어 메이커인 미슐랭은 11일 지난해 12억9천만프랑의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다.지난 80년 5만3천명이었던 종업원수가 3만여명까지 줄어들면서 그동안 종업원들은 임금동결을 참아왔으나 이제 돈을 벌었으니 임금도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온통 장미빛으로 치장된 대선(大選)후보들의 공약들도 파업러시의 배경이 되고 있다.선두를 달리고 있는 자크 시라크(공화국연합)와 리오넬 조스팽(사회당) 두 후보는 『임금인상이 고용창출의 敵이 아니다』며 월급쟁이들의 편을 들고 있다.
특히 시라크후보는 케인스 경제이론을 바탕으로『충분한 소비와 임금 진작을 통해 프랑스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며 근로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 근로자들의 임금투쟁 물결은 선거분위기에 편승,가능하면오는 23일로 예정된 1차투표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있어 파업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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