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지스함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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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본 해안 순시선이 19일 이지스 구축함 아타고호와 충돌한 어선에 타고 있었던 실종 어부들을 찾고 있다. 순시선 앞(점선 안)에 침몰한 참치잡이 어선의 잔해가 보인다. 순시선 위의 큰 배가 아타고호다. [지바현 AP=교도통신]

일본의 최첨단 이지스함이 조업 중이던 어선과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일본 해상자위대가 19일 밝혔다.

수백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감지하는 최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이지스함이 길이 15m의 작은 어선은 발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지스 구축함인 아타고호는 이날 오전 4시쯤 미국 하와이에서 장비 점검을 마치고 도쿄 인근 요코스카항으로 가던 중 일본 지바현 노지마자키(野島崎) 남쪽 40㎞ 태평양 해상에서 어선과 충돌했다. 어선은 충돌 직후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했고 타고 있던 어부 2명은 실종된 상태다. 아타고호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으며 충돌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취역한 아타고호는 일본이 보유한 5척의 이지스함 중 최신형이다. 배 길이 165m에 배수량은 7700t(만재 시 1만t). 승조원은 300명이다. 건조 비용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알레이버크급 후기형, 우리나라 세종대왕함 등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이지스함으로 꼽힌다. 독도 등 동해를 담당하는 해상자위대 제3호위대군 소속으로 마이즈루(舞鶴) 기지가 모항이다.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이지스 시스템을 갖춰 동시에 수백 개의 목표물을 감지하고, 수십 대의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한편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사고 사실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상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보고되는 데 각각 1시간30분과 2시간이나 걸렸다”며 “원인 규명과 함께 위기관리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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