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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부대에 농민 그리던 붓 … 노무현 대통령 초상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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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미 부대에 촌로를 그리던 화가가 청와대에 영구 전시되는 대통령 초상화가가 됐다.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린 1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선보인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는 중앙대 이종구(53·사진) 교수의 작품이다. 민중미술가·농민화가로 알려진 이 교수는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면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풍년 농사에 과장된 웃음을 짓고 있는 정부 선전물의 농부 사진과, 주름 지고 햇볕에 탄 근심 어린 촌로의 반신상을 대비시켜 농촌의 모순된 현실을 담아냈다. 양곡 부대에 고향 충남 서산시 오지리 어르신들을 그려 ‘부대종이 작가’로도 불린다.

이 교수가 대통령 초상화를 의뢰받은 것은 지난해 4월, 초상화 주문을 받아 본 것 자체가 처음이다. 그는 “노 대통령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농촌 출신으로 농민의 얼굴을 그린 분이라 초상화를 부탁하고 싶었다’며 ‘제 초상에도 농촌에서 산 사람의 표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고 청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오랜만에 양곡 부대가 아닌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며 “작품 제작에 두 달이 걸렸지만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한 기간이 더 길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는 모두 15호 크기의 서양화로 금테 두른 액자에 들어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역대 초상화들과 통일성을 유지하되 단순하고 소탈하게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흔히 대통령 초상화를 그리면 힘있는 이들의 초상화 주문이 잇따른다고 한다. 이씨는 “아직 그런 의뢰는 받은 적이 없고, 작품 값은 말하지 않기로 했지만 평소 그림 값(호당 40만원 정도)보다는 좀 더 받았다”며 말을 아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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