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토바이세계일주>下.死線넘나든아프리카 여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95년 새해를 황량한 아프리카에서 맞았다.
아프리카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찾았으나 대사관측은 『아프리카 지역은 분쟁이 심하고길이 험해 위험하다』며 귀국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모로코의 서사하라 지역은 폴리사리오 반군과 모로코군 사이에 영토귀속 문제를 놓고 오래 전부터 팽팽한 대치상태를 벌이고 있던 터였다.집을 떠나온지 5개월.도중포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리타니와 세네갈 대사관을 찾았다.모리타니로 가는 길은 험하고 멀기만 했다.생명을 언제라도 삼킬듯한 서사하라 사막,반군들의 납치.공격,국경 주변의 지뢰지대….
모리타니 대사관은 『항공기로 가지 않는 한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인천에서 출발할 때 가져온 1백50만원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다. 『서울 친구들이 카드계좌로 보내주는 몇푼의 돈으로 살고 있는 판국에 비행기라니….』 스위스 여행객의 귀띔을 받아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비행기 표를 끊고 비자를 받은 뒤 항공사에서 환불을 받기로 한 것이다.항공편으로 가겠다고 하니 열흘만에 모리타니 입국비자가 나왔다.라바트에서 보름이 걸려 2월1일 모로코의 최남단 다클라에 도착했다.
모리타니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서사하라 사막이 기다리고 있었다.차량으로 여행하는 독일.프랑스인들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모리타니까지는 6백여㎞.때로는 높이가 10m나 되는 커다란모래언덕이 끊임없이 괴롭혔다.2백㎞쯤 왔을까.느닷없이 불어온 모래바람에 방향을 잃고 모래언덕에 주저앉는듯 싶더니 「아카루스」(효성크루즈)가 두동강 나고 말았다.사막 한복판에 서 길도 잃고 물도 식량도 떨어지고….살아야 되겠다는 마음뿐이었다.얼마나 헤맸을까.모래바람이 휘몰아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디엔가에서 차량의 경적소리가 들렸다.
독일 여행객들이 내가 실종된 것을 알고 찾으러 온 것이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4월4일자 45면 「오토바이세계일주」上편 필자 곽국배(郭菊培)군의 소속학교는 한양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