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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문명展 7월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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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민족의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세기적인 전시회가 10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됐다.
광복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中央日報社와 문화방송(MBC).국립중앙박물관.러시아 시베리아 아카데미고고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알타이 문명전」이 그것.지난 93년 발굴당시 세계의 주목을 끈 「얼음공주」의 미라를 비롯해 알타이문명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7백여점의 고고학및 민속자료들이 11일부터 7월2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알타이란 말은 알타이산맥이란 지리적 용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도 4,000m의 연봉들로 이뤄진 시베리아의 남부,중앙아시아의 고원지대를 가리킨다.일찍이 이 지역에는 고대 몽고족으로 분류되는 몽고.만주.터키족이 모여살았다.종족은 달라도 그들은 알타이어(語)로 분류되는 몽고어.만주어.퉁구스어.터키어를 사용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바로 이 언어적 분류에서 찾아진다.이른바학계에서 말하는 한국어의 어원이 알타이-퉁구스어라는 점이 그것이다.이번 전시는 그런 점에서 일반관람자들은 물론 관련 학자들에게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타임머신을 제공하는 셈이다.
먼저 중앙홀에 전시된 체중 2.5t의 거대한 매머드는 역사이전 알타이지역의 생태계를 웅변해준다.3만5천년전에 생존했던 이매머드는 빙하시대와 함께 멸종했지만 지금도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또 다른 한쪽에는 그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산 들소와 비슷한 바이존의 유골이 한쪽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알타이의 중심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 북쪽 오브강 기슭에서 출토된 이 바이존은 약 10만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구명( 究明)되고 있다. 이어 알타이 구석기인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암각화와 석기유물들이 문명의 시작을 알려준다.알타이지역의 역사는 대개 40만년전부터 시작됐다.그들이 남긴 유적중 가장 오래된 것이 데니소바동굴이다.이곳은 고생태학적 환경은 물론 구석기 제작 기술의발전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이번 전시에는 울라링카에서 발굴된 알타이 최고(最古)의 뗀석기들과 청동기시대의 암각화가 긴 여정을 마다않고 참여했다.
말타유적에서 출토된 뼈로 만든 인물상,이트쿨호수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화려한 옷장식품들을 지나면 알타이의 화려한 청동기문명들이 고개를 쳐든다.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에 결쳐유지된 청동기문명은 제2전시실에 마련된 「얼음공 주」로 대표되는 파지리크문화에서 다시 화려하게 만나게 된다.러시아와의 국교수립이후 가장 큰 선물로 꼽히는 「얼음공주」의 한국나들이는 세계최초 일반공개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지난 93년7월 우콕지방의 아크-알라하 제3고분군의 한 무덤에서 발굴된 파지리크 여자의 미라는 그 완벽한 모습으로 세계를놀라게 했다.
특히 그녀의 어깨와 팔.손에 새겨진 동물문신은 이 지역 미라에서는 처음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이번 전시에는 이 미라와 함께 그간 모스크바 생물구조연구소에서 복원한 그녀의 매장 당시 모습을 만나게 됐다.
2천4백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25세의 이 여인은 뒷머리를 세갈래로 땋았다.양 옆으로 두갈래,그리고 뒤로 한갈래가 있다.
땋은 머리는 그리핀(불사조와 비슷한 상상의 새)을 마주보게 새기고 금박을 입힌 반원통형의 나무대롱을 덧씌웠다.
정수리의 머리카락은 길게 틀어 올려 양 모양의 장식으로 지탱했고 그 끝에 사슴상이 붙은 청동머리핀이 꽂혀 있다.세워진 머리 뒤쪽에 검은 천을 길게 붙였으며 천의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새 모양의 금판장식이 붙어있다.목걸이는 나무로 만든 8마리 표범을 연결했고 역시 표면은 금박을 입혔다.
말을 순장한 것이나 무덤의 형식으로 보아 그녀는 당시 지배계급의 고위층 자녀일 것으로 추정돼 한국나들이를 하면서 「공주」란 칭호를 듣게 됐다.발굴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얼음공주」의 무덤은 우리의 신라시대 적석목관분(위에 돌을 쌓고 관은 나무를사용한 무덤양식)과 너무나 흡사해 기왕의 학술적 논의를 진전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는 돌궐족으로 알려진 트루크족의 장사의례를 보여주는 석상을 비롯해 훈족(흉노)의 제사유적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다 고대 알타이 샤먼(무당)의 세계를 보여주는 巫具들 이 전시장을 화려하게 수놓고있다. 또 고대와 현대를 연결해주는알타이인들의 근대 민속의상과 민예품들은 이른바 기마민족의 흔적을 더듬게 해준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국립중앙박물관 한영희 고고부장은 "우리문화의 뿌리를 막연하게 알타이문화에 연결해왔던 종래의 이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수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또 그는 "과거 스키타이 유물이 국내에 소개된적이 있지만이번 전시는 최근 발굴자료가 중심을 이룬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를위해 국립박물관은 알타이 유물과 우리 고대유물의 직접비교를 위해 국내유물을 함께 전시하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최영주 문화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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