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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적어 개항 미루던 ‘천덕꾸러기’ 울진공항 결국 항공기정비 전용 공항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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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말 문을 열 예정인 울진공항(경북 울진군 기성면)을 항공기 정비 전용이나 군용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울진공항은 그동안 이용 승객과 항공사가 없어 개항이 두 차례 미뤄질 정도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울진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정상적인 공항 운영이 어렵다”며 “대안으로 저가 항공사 항공기 정비 공항으로 특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 항공사 설립이 많이 늘고 있으나 비용 문제 때문에 정비창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군과도 활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저가 항공사로는 제주항공·한성항공이 영업 중이며 부산에어·인천타이거항공·퍼플젯·영남에어 등 7, 8개 사가 국내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김칠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마다 나름대로 경영전략이 있는데 정부가 울진공항을 정비 전용 공항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걸 얼마나 이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대로 된 수요 예측 없이 정치적 고려로 막대한 세금을 부어 결국 천덕꾸러기 공항을 만들었다”며 “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사도 고개 돌린 공항=1990년대 초반부터 건설 얘기가 나왔던 울진공항은 김대중 정부 때인 99년 말 착공했다. 당시 실세 정치인 K씨가 공항 유치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건설 초기에는 2003년 개항이 목표였다.

이후 수요가 없어 개항을 미루라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개항 시기는 2003년→2005년→2008년 말로 늦춰졌다. 건교부는 2010년 울진공항의 여객이 연간 1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전망한다. 왕복 기준으로 하루 평균 270명 선이다. 편도로 따지면 150인승 중형비행기를 하루 한 차례만 띄우면 되는 수준이다. 이용객은 2015년이 돼도 연간 11만 명 정도로 거의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교부가 2000년대 초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했던 조사에서는 예상 수요가 하루 평균 50명으로 나온 적도 있다.

총 사업비 1300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현재 90%가 건설됐다.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은 다 지었고, 170억원 정도를 들여 항공기 안전운항 관련 장비와 레이더 시설만 갖추면 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물론이고 제주항공·한성항공 등 저가 항공사들도 울진공항 취항에는 부정적이다. 적자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방 공항을 운용하는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울진공항을 이대로 문을 열면 매년 공항에서만 20억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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