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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10억 줄게 직접 주식투자 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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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사진) 총장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경영학 석사(MBA) 과정 학생들에게 실전 투자를 해보라며 학교 기금 10억원을 내놓은 것이다.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은 이 돈으로 실제 투자를 하는 ‘카이스트 학생투자펀드(KSIF, KAIST Student Investment Fund)’를 15일 출범했다.

학생들의 투자에 학교가 돈을 대주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하지만 외국 학교 중에는 학생투자펀드(SIF)를 교과목으로 지정한 곳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SIF는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굴리고 있다.

서 총장은 외국 대학의 이런 외국 사례를 참조했다고 한다. 금융 현장에서 곧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 되려면 돈을 잃거나 따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실제 투자에서 돈을 잃어도 교육경비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출범식에 보낸 영상편지에서도 “교육은 이론과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8개월간 펀드를 운용할 1기 펠로는 모두 20명이 선정됐다. 절반은 외부에도 개방했다. 지난달 17일 모집 공고를 냈는데 대전의 학부생들까지 포함해 4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지도교수는 김동석 교수. 김 교수는 미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교수 시절 SIF를 창설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4~5명씩 4개 팀으로 나눠 돈을 주고, 각자의 전략에 따라 운용할 계획”이라며 “우선 전략투자 1개 팀과 주식 2개 팀, 파생상품과 대체투자 1개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각 팀은 매주 자체적으로 수립한 운용 전략을 교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이 나면 운용은 학교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한다. 운용 파트너로 참가하는 한국투자증권에 계좌를 개설하고 실시간 주문, 정산한다.

관심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여부다. 김 교수는 “실제 투자를 시작하면 학생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미국 SIF의 수익률은 대부분 시장 수익률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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