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발의 예포 속 MB가 던질 메시지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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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 16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무슨 메시지를 던질까요. 취임식장에는 21발의 예포와 장중한 음악과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수천 마리의 비둘기가 하늘로 비상합니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연회, 이벤트 행사도 잇따르지요. 그러나 취임식장의 백미(白眉)는 단연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아닐까요.

훌륭한 취임사와 위대한 대통령은 천생배필과 같습니다. 국민의 숨겨진 잠재력을 일깨우고 한 시대의 가치관을 설파합니다. 국격(國格)을 높이고 국민을 하나로 결속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는 국내외를 향한 약속입니다. 이번에는 일본·몽골·캄보디아·우즈베키스탄의 정상과 180여 명의 외빈이 참석합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귀담아 듣지 않을까요.

이번 주 스페셜 리포트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를 담았습니다. 취임사라고 하면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보통 사람들의 시대’, 1993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신(新)한국 창조’, 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국난 극복과 재도약’,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취임사가 갖는 의미와 효과를 ‘취임사 정치학’으로 정리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그들을 성공과 실패로 이끈 요인과 발언이 무엇인지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18∼19면에는 일독(一讀)을 권할 만한 명언·명구를 국·영문으로 함께 실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절대자와의 약속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의 뿌리가 깊은 미국의 대통령들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합니다. 연설문 속에도 성경 구절이 곧잘 등장합니다. 반면 한국의 대통령들은 자신이 무슨 종교를 믿든 취임사에서 종교 색깔을 배제해 왔습니다. 저마다 국정 철학과 미래 비전을 얘기했지만 국민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존경과 애정입니다.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에만 골몰하는 한국의 정치문화와는 전혀 다릅니다. 예컨대 42세에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이 된 시어도어 루스벨트(부통령에서 대통령 직 승계)는 1905년 2기 취임식에서 링컨의 머리카락이 담긴 반지를 낀 채 연설 말미에 워싱턴과 링컨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기립니다. 25일 취임식장에서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대할까요. 새 시대를 맞아 과거의 갈등과 대립이 말끔히 걷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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