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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71) 경기 안산 상록 한나라당 김석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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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국가 제도들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법 운용자들이 자의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법제도, 시혜 일변도의 복지제도가 그 예들이죠. 택시 운전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출가한 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보호자 지정을 못 받아 70대의 허리 굽은 할머니가 폐지를 주어 혼자 생활한다는 게, 대체 말이 됩니까?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석균(52) 한나라당 민원국장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가 제도의 모순들로 제대로 돕지 못한 민원인들을 떠올리면 4년이란 국회의원 임기가 오히려 짧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통이다. 통일민주당 민원조사부장 시절부터 대부분의 당료들이 근무를 꺼리는 민원실에 15년이나 있었다. 한 번은 경북 영주에 사는 80대 할머니의 민원이 접수됐다. 자식도 없이 외롭게 사는 이 할머니에게 1백40평의 땅이 있었다. 나중에 묘자리라도 할 요량으로 사 둔 것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모르는 새 그 땅에 도로가 나 버렸다. 그는 “할머니 대신 관할 지자체에 보상금을 신청했고, 나온 돈으로 다른 곳에 묘자리로 쓸 땅을 사 드렸다”고 말했다. 거래 문제로 수감됐다 어렵사리 누명을 벗었지만 그 새 가정은 풍비박산이 되고 재산까지 다 날린 한 40대 가장의 절규를 그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신이상자나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과의 상담은 위험할 때도 있다. 5분 동안 민원인에게 목이 졸린 적도 있다. “다행히 옆 사무실 직원들이 저지해 위기를 넘겼지만, 곧바로 병원으로 실려갔다”며 그는 웃었다. 민원을 맡고 사법제도의 폐해로 숱한 가정들이 파탄에 이르는 것을 목격했다는 그는 이를 막기 위해 구속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석균 국장은 "서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이 복잡한 세상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제도적 장치들을 손질해야 하며 민원통인 자신이야말로 그 일을 맡을 만한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용의자라 하여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 받다 곧바로 구속 수감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들의 경우 구치소에 있는 동안 가족들을 전혀 돌볼 수가 없죠. 가장이 누명을 쓰고 들어가는 바람에 가정이 파탄 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도 봤습니다. 등원하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법제도 개선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그는 동료들이 잘 맡지 않으려는 민원 업무를 오래 담당한 건 “서민들의 애환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고, 이들을 감싸안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덕에 그는 선거 운동원을 쉽게 모을 수 있었다. 그동안 신세 진 민원인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기 때문이다. 객지에 올라와 그의 선거를 돕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얼마 전 국회가 비준한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당시 쌀 수입 문제로 농민들과 민원 상담을 했다는 그는 “농민들의 피폐한 삶을 누구 못지 않게 잘 이해하고 있다”며 “농업 문제는 일시적인 보상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FTA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칠레와의 FTA는 실익이 없다는 거죠. 인구 1천만이 안 되는 작은 나라인데, 우리가 공산품을 수출하면 얼마나 하겠습니까? 더욱이 칠레는 기후가 열대부터 한대에 걸쳐 있어 거의 모든 종류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농업국가입니다. FTA 상대국으로는 멕시코가 더 나아요.”

그는 국가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지고 삶의 질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는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겁니다. 20살까지는 교육을 45살까지는 일자리를 책임지고, 65~85세의 노후의 삶도 국가가 책임지는 게 진정한 선진 복지국가죠.”

그는 안산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1석4조의 마스터 플랜을 구상 중이다. ▶노인병원을 만들어 ▶간병인이란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부 등 지역의 여성들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육아시설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것.

“정치라면 짜증이 나고 화도 나실 겁니다. 그럴수록 정치에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이번만큼은 지연·학연·혈연 등의 연고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판단해 주십시오. 그리고, 누굴 찍든 꼭 투표에 참여해 주십시오.”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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