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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병원에서 가장 돈 못버는 의사?

중앙일보

입력

영동세브란스 신경과 이명식 교수는 이상운동장애 전문가입니다. 이상운동장애란 쉽게 말해 본인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특이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상운동장애의 약 80%가 파킨슨병이라고 하는군요. 국내에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60세 노인 100명 중 1%가 파킨슨병 환자라고 하니 의외로 환자가 많은 질환이지요.

기자는 롯데호텔 인근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장애 연구회 회장에 선출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파킨슨병은 매우 흔한 병이고, 또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크게 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질환입니다.

기억을 한다면 왕년의 권투선수 무하메드 알리나 교황 바오로 2세가 알았던 질환 정도 일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마오쩌둥이나 히틀러도 파킨슨병을 앓았다고 해요. 히틀러는 자신의 손이 떠는 것을 감추기 위해 셰퍼드를 대동했다고 합니다. 개 줄을 잡고 힘을 주고 있을 동안에는 손떨림이 줄어 남들 눈에 띠지 않기 때문이죠.

파킨슨병이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환자를 진단-치료해도 병원에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여기엔 파킨슨병의 진단방법이 복잡하고,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동작은 다른 질병 환자의 동작과 매우 흡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헬스조인스 파킨슨 증상 참조> 그래서 노환 또는 뇌졸중(중풍), 관절염, 디스크 등 엉뚱한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동작을 진단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파킨슨병을 진단할 때는 비싼 장비인 MRI나 PET와 같은 영상촬영장치가 오히려 보조수단이 됩니다. 확진을 하기 위해선 경험 많은 의사가 환자의 동작을 면밀히 분석해 판단한다고 해요.

그래서 신경과 전문의들은 초진 환자가 오면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문진을 하고, 30분 정도 비디오로 환자의 동작을 촬영한다고 합니다. 환자가 돌아간 뒤엔 비디오를 계속 반복해가며 동작을 분석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보는 환자가 고작 3명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몇 시간씩 시간을 투자해 한 명을 진찰하고 받는 의료수가는 1만7000원 정도. 그러니 그가 하루 벌어들이는 돈은 5만여 원이나 될까요.

그래서 그에게 “병원에서 가장 돈 못 버는 의사겠네요?” 하며 물어봤습니다.

이 교수는 그래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신지 “그렇지 않아요. 다른 신경관련 질환을 보기 때문에 다른 의사만큼은 법니다”라고 답하시더군요.
의료분야에는 이렇게 경제적인 보상이 따라주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분들 말씀이 “이거 택시 미터기라도 달아야 할지 모르겠어요!”하며 쓴 웃음을 짓습니다.

그가 소장한 비디오 테이프가 1000여개 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 숫자라면 비디오방이라도 차릴 만한데-^-^.

전국 의과대학에는 파킨슨병을 전공하고 있는 교수가 40여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들이 모여 이번에 연구회를 창립한 것이지요. 이들의 연구와 진료가 급증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음은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을 질문형태로 이 교수께서 만드신 겁니다. 환자나 보호자들께서 참고하시지요.

Q : 파킨슨병은 치료가 되는 병인가요.
A : 어떤 병을 치료한다는 것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즉 결핵에 걸렸을 때 결핵약을 복용해서 치료하는 것처럼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원인적인 치료와 고혈압이 있을 때 혈압약을 복용하여 혈압을 조절하는 증상적인 치료의 두 가지입니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로서는 파킨슨 약을 복용해서 완치가 되지는 않지만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켜서 여생동안 다른 사람의 손을 의지하지 않고 자기가 자기 몸을 가눌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Q : 치료를 받아도 병이 계속 진행합니까.
A : 현재까지 개발한 약제 중에 파킨슨병의 진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사용 중인 약제들은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병의 진행속도를 조금 더디게 만듭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적으로 복용중인 약물을 적절히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여생동안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수명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Q: 파킨슨병은 유전되는 질환인가요.
A: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매우 드문 것으로 되어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전과 관계없이 퇴행성으로 발생합니다. 그러나 40세 이전에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우 가족력을 가진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Q : 운전은 해도 되나요.
A : 발병 초기 혹은 약물에 반응이 좋아 운동기능에 장애가 심하지 않아서 운전에 큰 불편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운전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사소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위험신호로 간주하여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동승한 보호자의 관찰에 의하여 환자의 운전형태의 변화가 발견된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해도 되나요.
A: 파킨슨병 치료약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약물의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거의 모든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됩니다.
그러나 정신과 약물이나 위장약은 일부에서는 파킨슨병 약물의 효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성분이 있는 경우가 있으니 파킨슨병을 진료하는 의사와 다른 병을 치료하는 의사 모두에게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피해야할 음식이 있나요.
A : 고혈압이나 당뇨병환자같이 반드시 피해야할 음식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 진행한 환자에서는 간혹 단백질함량이 높은 음식을 드시면 파킨슨병 치료제의 위장관 흡수가 저하되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개소주나 흑염소 같은 보신식품이나 성분미상의 건강식품을 드시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식품을 드시는 경우에는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종관 기자

출처: 고종관 가자의 명의와 점심하기
편집: 조인스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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