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MB와 함께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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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지부진했던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빨라질 전망이다.

주요 결정권을 쥔 박해춘(얼굴) 우리은행장이 “채권은행들이 옛 주인인 범 현대가의 책임을 물어 매각을 계속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현대건설의 9개 채권은행 가운데 산업은행(14.69%)에 이어 둘째로 많은 지분(14.42%)을 갖고 있다.

박해춘 행장은 14일 전화 인터뷰에서 “계속 매각을 미루면 채권단과 현대건설 모두에 안 좋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채권단 운영위원회 소속의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 외환은행 리처드 웨커 행장과 만나 매각작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김창록 총재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현대건설을 팔 때 고려해야 할 1순위는 기업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고, 공적자금 회수는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 희망자들의) 과거 책임을 묻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설사 책임을 묻더라도 그건 정부나 검찰의 몫이지 은행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옛 주인의 책임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매각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산업은행의 기존 입장과 다른 것이다. 우리은행도 전에는 채권단 합의 없이 매각에 나서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된다며 산업은행에 동조했다.

이에 따라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나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의 인수전 참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현대건설을 부도 위기에 빠뜨린 옛 주인들에게 다시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이들의 책임 문제가 정리된 뒤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을 주장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얘기였다. 반면 외환은행은 매각작업을 우선 진행한 뒤 법적 문제를 검토해도 된다며 산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은행들끼리라도 매각작업을 진행하자고 요구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바람에 현대건설은 정상화된 지 1년이 넘도록 매각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박 행장은 “운영위 전원 합의라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정권이 바뀌는 등 외부 환경이 달라진 만큼 원만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각 방법과 관련, 그는 “공적자금을 많이 회수하겠다고 지분을 쪼개 팔거나 단기 수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에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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