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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인상, 지상파 중간광고 … 방송사 꿈 물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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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사안은 KBS 수신료 인상안과 지상파 중간 광고의 허용이었다. 방송사의 숙원사업이었던 두 쟁점이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추진되자 ‘선거용 선심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들 문제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신료나 방송 광고의 경우 방송 구조 개편과 맞물려 논의할 현안이라는 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연주 KBS 사장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돌며 수신료 인상에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논리였다. 그날 KBS는 9시 뉴스에서 “정치권 대부분이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은 현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KBS 이사회가 27년 만에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고,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

하지만 KBS의 전사적인 노력이나 바람과 달리 수신료 논의가 제대로 진척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예측이다. 문광위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 측은 14일 “공청회 일정도 잡히지 않은 데다 쟁점 합의가 어려워 2월 국회 통과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수신료 승인안은 사실상 용도 폐기된다. 4월 국회에서 이 현안이 다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 구조 개편과 연계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수신료 인상안은 국가기간방송법이 만들어진 후 논의해야 한다는 게 당과 새 정부의 입장”이라고 못박고 있다. 2004년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공영방송의 철학과 구조를 다시 세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KBS 입장에선 수신료 인상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개혁의 칼날을 정부나 국회에 넘겨주는 셈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통합신당 측이 KBS를 위해 총대를 멜 수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시급한 민생 현안도 아닌 데다 국민의 반대가 큰 사안을 밀어붙일 경우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차원에서다. CBS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8.4%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 광고 역시 브레이크가 걸릴 게 확실시된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지상파의 중간 광고를 전격 허용했고, ‘시청권 침해’ ‘미디어 균형 발전 저해’ 등의 비판에 휩싸여야 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14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라 새 정부의 방송 정책 밑그림을 보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현재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가기간방송법=2004년 11월 한나라당 121명의 의원이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KBS 재원 구조와 사장 선임 방식이 대폭 손질된다. KBS를 정부가 자본금 3000억원 전액을 출자하는 법인으로 만들고, 재원에서 차지하는 수신료 비중을 높인다. KBS 최고 의사결정기관도 이사회가 아닌 경영위원회로 대체한다. 위원은 국회의장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히 KBS 예산도 국회 승인을 받도록 견제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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